free time-한라산 봄바람 타고 유채꽃 살랑

입력 2004-03-11 09:25:14

속살거리네,유채꽃/햇살 몇몇/이슬에 얼굴을 씻네./소르륵 소르륵/지순한 숨결에 쓸리는/그대 사랑 꽃밭 사랑./그리움은/하늘만한 바람이 되어/미릿내 문 두드리는 그런 바람 되어/그대의 미래를 서서히 날리우네. 김승립의 시 '유채꽃'3월 봄, 제주도가 노란 융단을 펼쳤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이 해풍에 살랑살랑 몸을 뒤척이고, 푸른 바다는 말을 잃었다.

겨우내 세찬 바닷바람을 혼자서 모두 맞아야했던 성산포는 이맘때면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선남선녀들의 밀어(蜜語)들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옛 선조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비경을 '영주십경(瀛州十景)'이라 했다.

영주는 제주의 옛 이름으로 성산 일출봉에서 본 동해의 해돋이 성산일출(城山日出)이 일경이고, 한라산 정상의 기암들인 영실기암(靈室奇岩)이 둘째다.

여름철 정방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인 정방하폭(正房夏瀑), 방선문(訪仙門)에서 봄의 철쭉꽃을 감상하는 영구춘화(瀛丘春花), 산지포(山地浦.제주항)에서 작은 배를 타고 낚시하는 산포조어(山浦釣漁), 산방산의 산방굴사(山房窟寺), 사라봉에서 바라본 해넘이 사봉낙조(紗峰落照),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이 하얗게 빛나는 녹담만설(鹿潭晩雪), 오현단 주변 귤 농원의 귤림추색(橘林秋色), 고마장(古馬場)의 방목 풍경인 고수목마(古藪牧馬) 등이 십경에 들었다.

이 영주십경은 지금도 제주도민과 제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보는 눈도 달라지는 법이다.

요즘 새롭게 인기를 끄는 관광지도 제주에는 많다.

신혼부부들이나 여행객들이 꼭 한번쯤 찾는 여행명소를 골라 소개한다.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몇 년전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숨은 비경. 하지만 지난해 히트친 드라마 '올인'의 무대가 되면서 사람들 발소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섭지'는 '협지(狹地)'에서 유래한 말이고 '코지'는 '곶'의 제주도 방언이다.

'좁게 튀어나온 땅'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지도상으로 복주머니의 형태를 띠고 있다.

입구 주차장에서 야트막한 언덕까지 약 1㎞ 가량 해안을 따라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언덕에 오르기 직전 왼편에 유채꽃밭이 형성되어 있고 언덕 옆에는 촛대모양의 '선돌바위'가 외로이 서있다.

섭지코지의 끝에 이르면 드넓은 바다와 우뚝 솟아 있는 성산일출봉, 그리고 확 트인 해안절경이 조화를 이뤄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김녕미로공원

만장굴 진입로 중간에 위치한 김녕미로공원은 세계적인 미로디자이너 에드린 피셔(Adrian Fisher)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미국인 F.H. 더스틴 교수가 1987년 조성했다.

2천200여 그루의 랠란디와 3개의 구름다리로 이뤄져 1995년 처음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었다.

이 미로공원은 제주해안선과 조랑말.뱀.배 등 제주의 역사와 지리를 말해주는 6가지의 상징물로 디자인되어 있다.

미로에 들어서면 쉽게는 10분이면 길을 찾지만 처음에 길을 잃으면 40분이 걸려도 나오지 못한다.

◇비자림로

제주시에서 5.16 도로(국도 11번)를 따라 내려오면 왼편으로 소인국 미니월드로 가는 1112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도로 양옆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참나무 숲이 펼쳐진다.

하나같이 곧게 뻗어있는 그 모습에 마음같이 상쾌해진다.

참나무 숲을 지나 계속 달리다보면 마침내 비자림 군락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수령이 300~600년에 달하는 비자나무 2천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으로는 세계 최대. 이 중에서 수령이 810년이나 된 둘레 6m, 높이 14m에 이르는 최고령 거목도 있다.

◇주상절리(柱狀節理)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육모꼴의 돌기둥이 켜켜이 쌓여있고 돌기둥 사이로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파도가 심하게 일 때는 10m 이상 용솟음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곳 주상절리는 태고적에 용암이 식으면서 육각형 기둥으로 갈라지고 오랫동안 파도에 부서지고 잘라져 나가 만들어졌다.

중문동의 옛 이름인 '지삿개'를 따서 '지삿개'바위로도 불리며 이 기이한 육각형의 돌기둥들은 해안선을 따라 약 1.75㎞ 펼쳐져 있다.

◇천제연폭포

옥황상제를 모시는 칠선녀가 별빛 속삭이는 한밤중이면 영롱한 자주빛 구름 다리를 타고 옥피리를 불며 내려와 맑은 물에 미역감고 노닐다 올라간다고 하여 천제연(天帝淵), 즉 하느님의 못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중문관광단지 내 위치하고 있다.

울창한 난대림지대 사이로 3단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은 실로 장관.

천제연계곡에는 아름다운 일곱 선녀상을 조각한 '선임교'라는 아치형 다리와 '천제루'라고 불리는 누각이 세워져 있어 주변경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이 선임교에서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게 펼쳐진 수풀 사이로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