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근 한방요리

입력 2004-03-10 17:53:34

'고기가 한약재를 만나 맛과 씹는 질감에서 찰떡궁합을 이뤘다.'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는 팔각 인삼 당귀 천궁 등을 푹 달인 고기를 48시간 재웠다 구이용 갈비나 샤브샤브로 손님상에 낸다. 불판에든 샤브육수에든 잘 익혀 한 점 씹으면 입안 가득 한약향이 번지면서 쫄깃한 맛이 먹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같은 약재들로만 고기를 재우는 것은 아니다. 쇠고기에는 숙지황 백작약 백출 등 십전대보탕용 10가지 약재를, 돼지고기에는 계피 인삼 천궁 등 쌍화탕용 8가지 약재를 우려낸 한약을 쓴다. 쇠고기 돼지고기가 지닌 각기 다른 음식성질과 약재의 궁합을 살피고 특유의 냄새도 없애기 위해서다. 또 계피 정향 팔각처럼 향이 진한 약재는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해 고기본래의 맛을 살리려는 세심함도 있다.

달서구 두류동 크리스탈 호텔 뒤쪽에 자리 잡은 '김태근 한방요리'. 40년 조리경력의 김태근씨가 뇌졸중으로 한약을 복용하던 중 음식과 약을 함께 먹을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개발한 한방요리 전문점이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의 이치를 조리법에 응용한 경우다.

그래서일까. 이 곳의 메뉴판은 여느 곳보다 두껍다. 요리마다 들어간 한약재와 효능이 음식명과 함께 적혀 있다. 뒤편에는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주인의 경영지침, 쓰인 한약재 그림 등이 빼곡하다. 심지어 된장찌개에도 피로회복에 좋은 오가피가 들어가고 후식차도 대추 당귀 천궁을 달인 쌍금탕을 내놓는다. 음식을 고를 때 느긋하게 내 몸에 좋은 음식이 뭘까한번쯤 생각할 여유를 주기위한 배려란다. 소화력이 약하거나 힘든 일을 한 뒤는 당귀가 많이 든 돼지갈비를, 허약한 노약층은 즉석에서 홍삼 녹용 상황버섯 가루를 뿌려주는 소생갈비나 소갈비살을 추천한다고. 인동초 오가피 음양곽으로 맛을 내고 녹각 인삼을 띄운 샤브육수는 끓을 때 그냥 떠먹어도 그 맛이 시원하다. 숙취해소에 좋다.

주인 김씨는 "한방요리는 특히 나이 든 분들이 좋아하며 대구에 들른 일본과 대만인들에게도 인기"라며 "대만인들은 먹어본 뒤 한약을 더 첨가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손님이 메뉴판을 보고 특정약재를 많이 써 달라면 그렇게 한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한약이 첨가됐다고 비싼 편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가뜩이나 광우병 파동에 육류소비가 줄고 있어 안타깝다"면서도 "직접 조리를 하므로 인건비를 절약하는데서 수지타산을 맞추고 있다"고 웃었다. 예약문의:053)653-5044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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