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입학식을 가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아이가 첫 번째 겪는 사회생활. 부모입장에서 보면 '이제 다 컸구나'하는 뿌듯함과 함께 '혹시 뒤처지지 않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생기게 마련이다.
더욱이 글자를 깨우치지 못했거나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라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1학년은 출발은 위한 준비단계. 공부 자체보다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길러주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미리 배워오는 아이들
지난 2일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박모(34.여.대구 내당동)씨는 입학축하 환영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또래 아이들을 보며 한숨을 지었다.
제 이름 석자 정도밖에 깨우치지 못한 채 입학하는 아들과 비교됐기 때문. 그는 "별탈 없이 잘 커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는데, 영어 단어까지 외는 아이들을 보니 출발부터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취학 아동을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느 정도까지 공부를 시켜 학교에 보내야 하는 것'. 더욱이 너도나도 조기교육과 선행학습 열풍에 휩싸여 있는 현실을 보면 고민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실제로 대구시지초등학교가 최근 몇 년 동안 취학 아동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한글을 유창하게 읽어내며 이 가운데 20% 정도는 받아쓰기도 거뜬히 해내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도 80% 이상이 간단한 덧셈, 뺄셈을 할 수 있으며, 더러는 구구단까지 외워오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
하지만 교사들은 1학년의 경우 대부분 학교 생활을 위한 적응 수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고,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보고 읽는 정도라면 입학해서 수업을 따라가는데는 큰 무리가 없는 만큼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김송자 교사(신암초)는 "뒤처진다는 생각에 공부를 강요하다 보면 학업에 지나친 부담감을 갖게 돼 학교생활에 적응이 힘들어진다"며 "글쓰기나 셈하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학습태도에 더 관심을
학부모가 보기에 선행학습은 뿌듯함을 주지만 학업성취도 측면에서는 효과가 낮다.
전문가들은 선행학습에 열중할 게 아니라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지나치게 앞서 배우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져 오히려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미리 배운 내용들이 뒤엉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만 구하는 요령에 익숙해져 창의력과 응용력에 필요한 기본 개념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정래 교사(경운초)는 글쓰기를 예로 들며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받아쓰기를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의 사고가 막혀버리고 다양한 표현을 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며 "아이에게 문장을 완벽하게 쓰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정서불안 등 상처만 줄 우려가 있다"고 충고했다.
부모가 정작 신경써야 할 것은 글자쓰기나 셈하기가 아니라 기본적인 학습 태도를 길러주는 일이다.
책상에 앉는 법, 연필 쥐는 법 등은 초기에 바르게 익혀두지 않으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책읽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박순해 대구시 교육청 교육과정 담당 장학관은 "1학년생의 경우 학교 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하고 기본 생활 습관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학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처음에 다소 뒤떨어지는 것 같더라도 차분히 기초를 다져나가면 점차 좋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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