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중심잡으면 반은 성공

입력 2004-02-27 09:22:08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조기 영어교육 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의욕만 앞선 학부모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통에 되레 자녀를 영어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학부모들은 그들대로 널려 있는 정보, 다양한 공부 방법, 수많은 학원 속에서 혼란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매일신문 교육섹션은 이번 주부터 공.사교육에 걸쳐 있는 영어교육 관계자들의 도움을 빌어 어린이 영어교육에 대한 방향 잡기를 모색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영어 실력을 높일 수 있을까. 적어도 이웃집 아이들보다는 잘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요즘 유아나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야가 영어교육이다.

"누구네 아이는 초등학생인데 영어 발음이 끝내줘요. 동화책도 술술 읽고 어지간한 문장은 쓰기도 하더라구요". 이웃에게 이런 얘기라도 들으면 엄마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집 애는 어떻게 공부했다고 하던가요, 어느 학원에 보냈다던가요"라며 질문을 퍼붓는다.

집에 돌아오면서 '우리 애도 그 정도는 시켜야지' 다짐한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정보를 더 수집한 뒤 학원을 신청하고 자녀를 보낸다.

벌써 학원에 보내던 학부모라도 "어느 학원이 잘 한다더라"는 얘기를 들으면 갈등하고, 주위에 수소문해서 학원을 옮기는 일도 허다하다.

"지금 학부모 세대들은 자신이 학창시절에 받은 영어 공부에 대한 괴로움을 자녀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게다가 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필수라고 하니 우리 애가 뒤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합니다". (이동원 장학관)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들의 이런 욕심은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는 관련된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고 자녀의 학습을 직접 챙기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자녀의 학습을 압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어린이는 어른들이 익숙해 있는 강제적인 학습에 반감을 가져 '영어 학습은 세상에서 가장 지겨운 일'이라는 인식을 차곡차곡 쌓아가게 된다

"소문에 휩쓸려 학원을 옮겼다가 몇 달 만에 원래 학원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아이들은 새 학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지쳐 있는 상태죠. 그런데 자신과 비슷했던 또래들의 수준이 자신보다 한 단계 올라가 있는 현실을 보고는 더욱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김도경 원장)

자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엄마는 다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학습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럴수록 아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영어 공부에 대한 핑계와 방어 수단을 더 잘 찾아내 엄마의 두 손을 들게 만든다.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영어교육 환경이 더 나은 곳, 예를 들어 대구 수성구나 서울 강남 나아가 해외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의 욕심은 점점 커진다.

맹모삼천 하느라 아파트 평수를 줄이고, 주말 부부가 되고, 기러기 아빠까지 만들어낸다.

그러나 영어에 흥미가 있고 제법 잘 하는 어린이라고 해도 교육 환경을 바꾸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변화나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경우 학습 의욕은 급격히 떨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흔히 "공부는 아이들이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고통을 느끼면서까지 억지로 공부에 시달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행복한 공부는 아직 어린 자녀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와 집중력 배양, 성취도에 대한 냉정한 평가 등 영어교육에 필요한 모든 박자들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선 부모의 욕심보다 세세한 관심과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학습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결코 능력 있는 어느 교사나 학원에 맡긴다고 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부모의 너그러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이동원 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김도경 세인트폴 학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