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지원특별조치법이 3대법이다.
법 통과에 압력단체 역할을 도맡은 지방분권국민운동(의장 김형기)은 이날을 '지방이 승리한 날'이라고 불렀다. 각 지역민들도 50여년간 계속돼 온 서울공화국에서 탈피하는 역사적 첫발을 내디뎠다고 환영했다.
그리고 두 달. 아직 지역에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행정수도가 이전될 예정인 충청권을 제외하고는 관심마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3대법의 통과는 지방화와 지방살리기의 완결이 아니다. 다만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각 지역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사석에서 "행정수도 건설이 충청권에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고 한다. 같은 논법 대로라면 지방분권 3대 특별법 제정은 비수도권에 준 엄청난 선물이다. 그 '선물'의 효과를 현재로선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사람이 떠나는 지역을 사람이 다시 모이는 지역으로 바꿀 수 있을지 여부를 예단하는 데도 무리가 있다.
'선물'의 질(質)은 각 정책에 필요한 후속 법안, 그리고 정부의 구체적 정책에 달려 있다. 정부도 정부지만 국회도 선물의 질을 결정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참여정부에게 지방화는 정치개혁과 함께 성패의 주요 열쇠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여러 공약을 내놓았으나 동북아중심국가건설은 다소 모호하고 북한문제와 경제는 국제 상황과 무관치 않아 정부로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화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 대통령 자신이 부산에서 생활해 지방문제를 잘 알고 느낀 '시골' 출신이다. 각 지역은 그래서 참여정부의 지방화 전략에 전에 없는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별다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을 마련해 4월 1일부터 입법예고한 것이 유일한 후속 조치다.
각 지역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만 해도 안(案)은 마련됐으나 발표하지 않고 있다. 여권 고위 인사는 "5월에 1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방화 정책이 총선용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16대 국회가 끝난 마당이라 법제화가 선행돼야 하는 지방화 정책도 4.15 총선 이후로 미뤄둔 듯하다.
이처럼 정부가 총선에 발이 묶여 있다고 각 지역마저 손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방화는 국가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지만 각 지역의 현안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말 특별법 제정 이후 과제발표회를 개최하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공기관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예술계에서 "예술단체 이름부터 지방분권화 하자"는 논의를 시작한 것도 지방화에 힘을 싣는 긍적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지방화는 참여정부 임기 내내 추진해야 될 복잡다단하고 거대한 작업이다. 다음 정권도 지방화 정책만큼은 연속성을 갖고 추진해야 마땅하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집행위원장은 "각 지역이 지방화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는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반분권적 움직임에 날을 세우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지방화는 지역이 지혜를 모아갈 때 하루라도 빨리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뜻을 모아 힘을 모아서/우리의 일터와 삶터를 지키자/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자(지방분권운동 주제가 중에서).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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