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파고를 넘자-(5)영천 포도

입력 2004-02-23 13:46:40

포도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 품목이다. 그러나 영천지역 포도재배 농업인들은 의외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영천시는 과수면적이 6천22㏊로 남제주군(1만852㏊)과 북제주군(6천682㏊)에 이어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과일주산지다. 이 가운데 복숭아는 1천999㏊로 전국 1위 생산지이며, 포도는 2천381㏊로 충북 영동군에 이어 2번째로 생산면적이 넓다.

특히 영천지역 과수는 전체 농업 총생산량 가운데 47%를 차지하며 이중 포도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복숭아는 검역과정과 유통기간이 달라 칠레산과의 경쟁을 낙관하지만 문제는 포도다. 포도의 경우 영천은 전국2위 도내1위의 재배면적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종인 흑포도(캠벨)가 56%로 가장 많다.

◇예상되는 피해

생산원가와 규모에서 칠레산은 영천을 크게 앞선다. 칠레 포도의 경우 재배 면적만 45만4천㏊에 이르고 10a당 수확량도 2천93㎏으로 우리의 1천692㎏ 보다 훨씬 많다.

특히 시기적으로 칠레산 포도가 막 출하되는 시점이 우리 시설포도 수확철이어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또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선 계절 과일이 나오지 않고 대부분 하우스 재배 과일이나 사과 등 해를 넘긴 저장과일이 나올 때여서 신선한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면 다른 과일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현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영천포도발전협의회 이성대(54)회장은 "정부에서는 폐원하는 농가에 지원을 한다지만 평생을 해온 게 포도농사인데 그만 둘 입장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공산품의 경쟁력을 위해 농산품을 희생시켰으니 과수 피해농가에 대해직불제 등 지원책을 폭넓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

영천시는 지난 1998년 FTA추진방침이 결정된 이후부터 브랜드 개발에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다보고있다. 특히 주력 농산물인 포도에 관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왔다. 관련 기관과 연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칠레산의 허와 실을 찾는데 중점을 뒀다.

영천시와 경북대학교, 지역 포도농업인들은 지난해 8월20일 대창면에 '경북대학교 포도마을'이라는 포도연구 영농법인을 세웠다. 과수농민과 학교가 각각 50대 50으로 출자했다. 포도경쟁력을 위해 민(民), 관(官), 학(學)이 한데 뭉친 것이다. 영천시는 행정지원을, 농민들은 질 좋은 포도를 공급하고, 대학교는 포도를 이용한 모든 제품의 가공을 맡는 3원체제에 돌입했다.

연구팀의 해답은 유통기간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칠레산 포도의 주생산기간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칠레산이 수입돼 2개월간을 보관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6월말까지는 칠레산의 득세가 예상되는 시기다.

노지포도는 주 출하시기가 8~10월이므로 칠레산의 출하시기(1월~6월)와 달라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시설포도의 가온재배(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강제난방하는 방식)는 통상 4~6월이 출하시기여서 칠레산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연구팀은 이를 무가온재배로 돌리면 출하시기가 7월로 늦춰지기 때문에 최소한 한달간은 칠레산과 노지포도의 영향을 받지않는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천시는 이 시기에 시설재배 포도를 주로 출하할 계획이다.

◇브랜드화 만이 살길

영천시가 가장 비중을 두고있는 대책은 브랜드화다. 경북대학교 포도마을은 올해 포도주 외에 포도잼, 포도주스, 포도식초, 포도통조림 등 30여가지의 제품 개발에 나섰고, 특히 포도와 쌀막걸리를 섞어서 발효시키는 포도쌀막걸리의 연구에 나섰다.

포도쌀막걸리의 경우 포도와 쌀을 함께 발효시킬 수 없다는 1960년대의 주세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해 놓는 등 적극적이다.

또 연구팀은 포도씨가 알맹이보다 혈전용해 능력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포도씨를 분말 형태로 갈아 포도주스에 섞어 만드는 방법을 특허출원해놓은 상태다. 이밖에 한방포도차, 삼겹살과 어울리는 포도주 등을 개발해놓고 출시만 기다리고 있다.

경북대학교 발효생물연구소 김재식(45.金在植.농학박사)교수는 "정부가 포도농가의 폐원을 장려하는 등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영천의 주 품종인 캠벨은 껍질과 알맹이가 분리되고 신맛을 낼 수 있는 우리 토양에 맞춰진 우리만의 브랜드인 만큼 오히려 지금이 시설투자의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가 포도산업의 대국으로 불린 데는 가공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면서 "우선 올 7월까지의 1차연도에는 지역 포도 600t 수매에 12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2차연도는 1천200t 수매에 24억원의 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천.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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