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약물치료할까? 모발이식할까?

입력 2004-02-17 09:59:00

'세월은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주도다'-W 셰익스피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머리 치료제가 완성되기까지, 대머리 유전자를 규명해 그것을 없애는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이 말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암과 대머리를 완치하면 노벨상감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까지 대머리에 대한 결정적인 해결책은 없다.

탈모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유전자, 남성호르몬, 노화가 원인

우리 나라 사람의 머리카락 수는 7만~8만개이다.

하루에 70여개가 빠지고 3개월 전에 빠진 70여개의 머리카락이 새로 자라나 항상 7만~8만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머리가 진행되면 모낭이 작아진다.

이로 인해 모발의 굵기가 가늘어지는 동시에 모주기(자라고 쉬고 빠지는 주기)가 짧아진다.

대머리가 계속 진행되면 굵던 모발은 솜털로 변하며 모주기는 더욱 짧아져 조금 자란 후 빠진다.

이런 현상은 전두부와 정수리 부분에서만 발생한다.

대머리(남성형 탈모)는 100% 유전이다.

물론 대머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유전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호르몬이 나와야 진행된다.

여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적기 때문에 남자에 비해 대머리가 적다.

사람은 유전자를 쌍으로 갖고 있다.

아버지의 유전형이 AB, 어머니가 CD라면 자식은 AC, AD, BC, BD형이 나온다.

만약 A에 대머리 유전자가 있다면 AC, AD형 자식만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즉 확률적으로 자식의 50%만이 대머리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 식생활, 노화 등은 탈모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없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사춘기 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약물치료 효과있나

대머리 전문치료제로 미국 FDA(식품의약품국)가 승인한 약은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 2가지뿐이다.

1997년 시판된 세계 최초의 먹는 대머리약 프로페시아는 대머리와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받아 바뀐 물질이다.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탈모증 남성 1천879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약을 24개월 복용한 사람 중 83%는 정수리 부분의 모발 수가 그대로 유지됐고, 눈에 띌 정도로 모발이 다시 자란 사람도 66%로 나타났다.

그러나 프로페시아는 정수리 부분에만 효력이 나타나고 완전 대머리에는 효력이 없다.

효과를 유지하려면 평생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부작용으로 100명 중 2, 3명은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약의 부작용이라기보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발생하는 심리적 작용이 크다.

하루에 한 알을 복용하면서 미녹시딜 성분의 바르는 약으로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가 있다.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미녹시딜(88년 시판)은 탈모 부위에 바르는 약. 모낭의 성장주기를 연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 역시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정수리 부위에만 효과가 있다.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6~12개월 걸린다.

◇외과적 시술

모발이식술은 빠지지 않는 옆머리나 뒤쪽의 모발을 옮겨 심는 시술이다.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이 시술(펀치 식모술)은 5㎜크기로 모발을 옮겨 심는 방법으로 '모심기'와 비슷한 원리이다.

그러나 두피가 울퉁불퉁하게 되고 머리칼이 듬성듬성 심어져 보기가 좋지 않다.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 미니 식모술. 크기를 2.5㎜ 단위로 줄였으나 역시 한 구멍에 여러 가닥의 머리칼이 심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한 방법이 모낭군 이식술. 지난 1992년 김정철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장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시술은 원래 모양 그대로 자연스런 모습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머리칼은 한 구멍에 1개만 있는 것이 2, 3개 이상 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두피에서 모낭군을 하나씩 분리해 옮겨 심는 방법이다.

1회 시술에 2천 가닥을 이식한다.

한국 사람의 경우 7천가닥까지 이식할 수 있어 상태에 따라 추가 시술이 가능하다.

이식한 머리칼은 2주가 지나면 빠지기 시작해 한달 후면 수술 전과 같다가 4개월쯤 지나면 머리칼이 자라난다.

1개월에 1cm씩 자란다.

10개월 후면 옆으로 넘길 정도로 길어진다.

물론 대머리 이전상태처럼 빽빽하게 심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머리를 면하기에는 충분하다.

모발 이식술은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물론 수술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중요하지만 모발을 이식할 수 있는 상태로 잘 분리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한 명을 수술하려면 빠른 시간 내에 약 2 천개의 머리칼의 모근을 다치지 않게 모낭을 하나하나 분리해 줄 수 있는 잘 숙련된 모낭분리사들과의 팀워크가 필요하다.

◇생활 속 예방법

서양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대머리 빈도가 5배 이상 높다.

식생활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의 경우 채식을 주로 하던 시절에 드물었던 대머리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증가하고 있다.

대머리 환자에게 동맥경화증이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은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음식(채식)을 주로 먹으면 대머리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해초류, 야채류, 과일 등에는 대머리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플라보노이드, 다가불포화지방산 등이 많이 함유돼 있다.

동물성 지방이 많이 있는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 김정철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장.김동석 고운미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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