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누드'는 역사의 모독

입력 2004-02-14 10:56:53

일본군 성(性)피해 여성(위안부)을 주제로 탤런트 이승연씨의 누드 사진을 찍어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에 유료로 서비스하려 했다니 기가 막힌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직도 악몽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장면들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겠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보도자료에 '더 이상의 누드는 없다'는 도발적인 문구까지 넣었다니 위안부 할머니들의 치욕과 모멸감은 말할 것도 없으며, 분노의 확산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2차대전 때 우리의 젊은 여성들이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에 휘말려 성적 노리개로 이용당했음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젠 고령의 할머니가 된 당시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절규하는 등 그 깊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항의집회가 열리는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판이다.

이씨와 네띠앙 엔터테인먼트.토로토 등의 제작사는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표현"하고, "여성의 성상품화가 자행되는 현세태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극의 현장인 태평양 팔라우섬에서 첫 촬영을 마친 이씨는 "그분들 생각에 촬영 내내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 궤변들을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들 제작사들은 이미 누드 열풍을 일으켜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다 자극적인 소재로 상품화를 노린 저의는 자명해진다.

일제의 비인간적인 범죄와 현재진행형인 비극의 희생자들을 주제로 그들의 피맺힌 한을 디디며 누드 영상화보를 만든다는 건 '미친 짓'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울리고 다시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이며, 역사를 모독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누드 열풍이 아무리 막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치욕적인 위안부의 누드까지 상품화하는 나라라면 처참하기 그지없다.

정신 나간 이 프로그램은 당장 중단돼야 하며, 차제에 성상품화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을 수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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