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드라마 타이틀은 '구관이 명관'

입력 2004-02-10 10:41:52

'천생연분', '낭랑 18세', '귀여운 여인', '백

만송이 장미', '꽃보다 아름다워', '애정만세', '찔레꽃' 등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방송 3사에서 방영중인 드라마의 타이틀이라는 점과 영화나 가요, 소설 등 다른

데서 이미 제목으로 쓰인 적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디서 본 듯한 드라마 제목이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천생연분'은 그룹 솔리드의 히트곡 '천생연분'과 제목이 일치

한다. 드라마에는 이 노래가 실제로 삽입곡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KBS2 '낭랑 18세'는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 누구를 기다리나 낭랑 18세"라는

추억의 노래를 차용했다.

KBS1 일일드라마 '백만송이 장미'는 심수봉의 트로트 히트곡 '백만송이 장미',

MBC '귀여운 여인'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할리우드 동명 영화와 제목이 같다. 이

제목은 2001년 KBS2 월화 드라마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SBS '애정만세'는 차이밍량 감독의 1994년 대만영화와 같은 타이틀이며 KBS1 TV

소설 '찔레꽃'은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고향'으로 시작하는 동명 노래를,

'꽃보다 아름다워'는 안치환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연상케 한다.

종영한 드라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천국의 계단'은 배창호 감독의 1992년 동명영화와 같으며

KBS2 '저푸른 초원위에'는 남진의 히트곡, '보디가드'는 휘트니 휘스턴 주연 영화와

같다. KBS1 '노란 손수건', MBC '러브레터', '좋은 사람', SBS '첫사랑'도 일례로

꼽히며 SBS '완전한 사랑' 역시 2000년 MBC 특집 드라마와 같은 제목이다.

SBS '선녀와 사기꾼'과 '흥부네 박터졌네'는 각각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과

고전소설 '흥부전'을 활용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방영을 준비중인 드라마 제목 역시 마찬가지다.

MBC가 '대장금' 후속으로 마련하는 '불새'는 손창민 주연의 1997년작 영화, SBS

의 새 일일드라마 '청혼'은 가수 이소라의 히트곡과 같다.

3월 방영예정인 최진실, 최수종 콤비의 MBC '장미의 전쟁',SBS '폭풍속으로'는

모두 할리우드 동명영화가 있으며 MBC '영웅시대'는 이문열의 소설과, KBS2 '백설공

주'는 동화와 같은 제목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사레만 해도 20개가 넘으며 오히려 독창적인 제목이라면 MBC '

대장금','나는 달린다', SBS '왕의 여자', KBS2 '상두야 학교가자','그녀는 짱'등

그 수가 더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제목의 리메이크 경향은 왜 발생할까?

여기에는 시청자들이 작품에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제목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제목이 연상케 하는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드라마 스토리를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다른 이유는 법적으로 드라마 제목은 저작권법상 보호장치가 없어서이

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시.소설 등 원문과 달리 제목은 국내 판례상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한국 방송작가협회 관계자 역시 "제목을 놓

고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경향에 대해 "좋은 제목을 지으려는 고심없이 다른 장르의 제목을 관행으

로 쓰는 것은 제작진의 안일한 자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용락 동아방송대 방송극작과 교수는 "제작진들이 대본, 연출, 촬영 등 드라마

구성보다 제목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눈에 띈다"며 "특히 다른 미디어인 영화 제

목과 CF 카피 등에 나오는 독창적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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