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농촌교육 공동화-(3)경산, 수성구 진입 러시

입력 2004-02-09 09:26:19

경산지역의 최대교육 현안은 초.중학생들이 인근의 대구시로, 특히 대구시 수성구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경산지역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데다 대구의 '교육특구'라 불리는 수성구와 가깝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출실태=경산의 초등학생들은 4∼6학년만 되면 수성학군으로 전출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위장전출과 친인척 집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가족 모두 이사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경산교육청의 2003년 9월 자료에 따르면 경산시내 초등학교는 10개, 1학년 학생 수는 모두 54학급 1천864명이다.

그러나 6학년은 41학급에 1천373명으로 1학년에 비해 13학급 491명이 적다.

1학기에 비해서도 시내 초등학교 학생수도 364명이나 줄었다.

경산서부.장산.정평 등 대구 수성구와 인접한 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은 7, 8학급이지만 6학년이 되면 4, 6학급으로 줄어든다.

경산교육청 관리과 조외숙 담당자는 "2001, 2002년도 2년 간 경산지역을 제외한 전출자(전입자)는 29개 초등학교에서 3천838명(2천144명)이고, 이중 경산시내 10개교가 2천323명(1천16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 해 평균 시내 초교 654명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847명이 경산 외 지역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말했다.

◇위장전입=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에 대구시 동구 중구 수성구 등을 관할하는 동부교육청 관내 학교 전입생 452명 중 76.7%인 347명이 수성학군으로 전입했다.

물론 대부분의 전입생들은 학부모와 함께 이사를 한 경우. 그러나 문제는 전입생 가운데 일부는 수성학군의 고교 진학을 위해 실제 거주지는 다른 지역이면서 주소만 수성구에 두고, 수성학군내 중학교에 다니는 위장전입생들이다.

대구시교육청과 수성구청이 공동으로 200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대구 수성구 지역에 전입한 중3학생 1천555명을 대상으로 실거주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78명이 위장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 11월부터 2002년 10월말까지 중 3학생 1천456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는 335명이 위장전입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위장전입을 택하는 것은 집값 등 경제적 부담과 직장 문제로 가족이 모두 이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조모(48.경산 서부동)씨는 "주민등록상 식구 4명의 주소지가 각기 다르다.

자녀들의 거주지 주소를 초등학교 3, 5학년 때 대구시 수성구의 이모집으로 옮겨 놓고, 경산에서 자가용으로 통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 3학년인 자녀 두 명을 수성구로 위장 전입시킨 경산시 옥산동 이모(46)씨는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위장 전술'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 한 칸을 사글세로 얻어 놓고 실제 거주하는 것처럼 이불이나 가재도구, 책, 학용품 등을 보관해 놓고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전.출입이 많아지면서 학교 수용계획과 학사운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에도 부작용이 있다.

특히 경산시내 학교들의 경우 해마다 학교 신설과 학급 수 증설 등 학교운영계획에 어려움을 겪는다.

경산교육청 신춘섭 담당자는 "택지개발이나 신규 아파트 건설 등의 원인도 있지만 워낙 학생들의 전출.입이 많아 학생수용계획을 제대로 세우기 힘들 정도"라며 "얼마나 많은 학생이 빠져나갈지, 교실을 몇 칸 더 지어야 할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담임배정과 학급편성 등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경산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현재 초등학교는 가족들의 이사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학생 주소지만 옮기면 전학을 시켜줄 수밖에 없다"며 "학기초에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전학을 요구해오면 학급 편성과 이에 따른 담임배정 등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위장 전입생의 경우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과 함께 원거리 통학에 따른 고통과 시간 낭비,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다.

위장 전입해 시지의 한 중학교에 다닌다는 김모(중2년)군은 "아침마다 부모님이 자가용으로 통학을 시켜주지만 학교에서 위장 전입을 단속한다며 실제 거주지 조사를 할 때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또 부모의 간섭을 덜 받게 돼 위장전입생의 경우 교외생활 지도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전입을 갔다가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대책=대도시로의 전입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수성학군은 학원 등 교육여건이 타 학군에 비해 좋은 게 사실이다.

우수학생들끼리 경쟁을 해 학력이 신장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대구지역 교육문제를 연구한 정만진 대구시 교육위원은 다른 견해를 밝힌다.

정 교육위원은 자신의 저서 '대구입시와 대구교육'을 통해 "수성구로 (위장)전입하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수성구 소재 고교의 학력이 높아 세칭 일류대학 진학에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입학 당시 학력차가 그대로 유지된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수성구로 전입할 경우 대입에서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경산교육청 김윤태 학무과장은 "대도시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과밀학급이 있지만 경산지역은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개별지도가 가능하고 밀도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북도가 농어촌 소규모학교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 교수기기 등의 활용도가 높고 전인교육 및 특성화교육이 활성화돼 있다고 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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