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무슨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한국인이니까 한 일이죠"
지난 96년 기밀누설혐의로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수감 중인 로버트김(6
4.한국명 김채곤)은 7년여간 수감생활을 한 펜실베이니아 앨런우드 교도소에서 윈체
스터 교도소로 이감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7년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
다.
31일 오전 0시30분께 (한국시간) 7년여만에 교도소 밖으로 나와 이감 도중 처음
가진 연합뉴스와 국제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는 "굉장히 건강한 상태며 바깥으로 나
온 것이 꿈만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소감을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로버트김은 이날부터 자신의 집에서 75㎞ 정도 떨어진 버지니아주 윈체스터 교
도소에서 오는 7월27일까지 외부접촉이 조금 더 자유스러운 수감생활을 하고 출감한
뒤 3년동안 일정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보호관찰을 받는다.
그는 96년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한국 측에 '이런 것이 있으니 좀 알고 있으
라'고 말하고 북한관련 정보를 전해 준 뒤 '갖고 있지 말고 보고 버리라'고 했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는 그 일이 그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잘
못되면 나에게 불이익이 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며 "그 사람(백동일 대령)도 그
것이 자신의 임무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버트김은 "결국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됐지만 석방을 앞둔 지금도 후회
는 없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고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구명운동에 대해서는 "전화로 말할 문제가 아니
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시 그런 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라며 "한국이 이제 그런 요청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7년여간 교도소생활에 대해 그는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견디기 힘
들었다"며 "교도관들이 주지 않아도 될 정신적 압박을 줘 그것을 견뎌내는 게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로버트김이 가장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투병중인 부친 김상영(91)옹.
"아버지가 조금만 더 나를 기다리셔서 임종하실 때라도 곁에 있고 싶다"고 아버
지에 대해 어렵게 말문을 이어가던 로버트김은 지난 8월 김옹을 직접 찾아 갔었다고
기자가 밝히자 "아..그렇느냐"며 한참동안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는 인터뷰 중 망설임없이 "지금 한국은 31일 새벽 1시가 아니냐"며 시차를 곧
바로 계산할 만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또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안 지나서인지 바깥 풍경이 별로 변한 게 없다"
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남북과 미국간 국제정세에 대해 로버트김은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겉으로는 96년처럼 미국이 독단적으로 북한 문제
를 다루지 않으려고 하지만 다른 나라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이어 "국민의 깊은 관심에 감사 드리고 그런 관심이 없었다면 아마 미쳐
버렸을 것"이라며 "아직 정신연령은 40대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생동안 한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15분간의 인터뷰를 마쳤다.(서울=연합뉴스)
사진: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의 후원회가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로버트김의 보호관찰 사면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미 대통령과의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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