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DKIST의 적정위치

입력 2003-12-30 13:31:51

아시아 지역에서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대표적 과학기술단지는 한국의 대덕, 일본의 쓰쿠바(筑波), 중국의 중관춘(中關村) 그리고 대만의 신쭈(新竹)이다

이들 4개 과학기술단지 중에서 보다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단지는 대만의 신쭈와 중국의 중관춘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2개 단지의 성공요인은 처음부터 관련된 학(學),연(硏), 산(産)이 모여서 상호작용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 것과 단지의 위치가 업무환경(산업, 재정 등)과 생활환경(교통, 문화 등) 및 교육환경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도권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쓰쿠바와 한국의 대덕은 신쭈와 중관춘에 비하여 먼저 시작되었음에도 학,연,산 네트워크에 의한 상호작용 체제로 하기보다는 연구소들 중심의 횡적 협력시스템으로 출발함에 따라 산업현장과 학계와의 연계는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국제적 정책분석가들로부터 내용보다는 외형 성장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단지 육성사업을 연대적으로 구분해보면 1960년대 후반에 시작한 수도권의 홍능연구단지, 7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중부권의 대덕연구단지, 그리고 80년대 후반에 추진된 호남권의 광주과학기술원, 그리고 현재 계획되고 있고 광역권 차원에서는 마지막이 될 영남권의 DKIST(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사업이다.

이 중 홍능연구단지는 강력한 정책후원을 배경으로 성공적으로 출발했으나 아직도 재정면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는 성공한 부분도 적지 않으나 30년 역사에 상응하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진연구원 확보와 창의적 연구활동을 위해 연합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호남권의 광주과학기술원은 짧은 역사에도 연구와 교육이 밀착된 대학원 체제로 함에 따라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만약 DKIST가 연구활동의 기획단계부터 사후관리단계까지 대학, 기업 및 다른 분야 연구소와의 업무연계가 원활하게 될 수 없는 위치에, 또한 연구소 요원들의 생활환경과 자녀들의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설치된다면 DKIST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연구소는 분야에 관계없이 대학과 기업에 비해 구성원의 생활환경과 자녀의 교육환경에 민감하고, 그리고 대학과 기업에 비해 학,연,산 부문간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DKIST가 자체 요원들의 생활환경과 자녀들의 교육환경이 좋지않은 지역이나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할 대학과 기업이 없거나 있어도 수준이 낮은 지역, 또한 외국 및 국내 여타지역의 산업, 연구, 교육 및 정책부문의 주요인사가 짧은 시간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예를 들어 고속철도역과 공항에서 1시간 이상의 교통거리에 있는 지역)에 설치된다면 여러가지 부정적 효과들이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에 설치되는 연구소는 예외없이 첩첩산중에 있는 암자형 연구소로 되거나 외딴 섬의 등대형 연구소가 되어 연구원들의 신진대사가 곤란한 것은 물론, 관련 분야(기관)간의 교류협력이 원활하지 못해서 나중에는 노쇠한 연구원들 중심으로 유지되는 연구장비 보관형 연구소가 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지역발전 기여도는 크지 않다는 비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DKIST 위치선정은 무엇보다 국가발전과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의 효용성을 기본개념으로 삼아야 하며, 단세포적 발상에 의한 행정관할구역 여부에 높은 가중치를 두거나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수반되는 새로운 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비과학적이고 비경제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해야 한다.

DKIST는 대학 및 기업들과의 교류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위치에, 지역발전과 연구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외부인사의 출입이 편리한 위치에 건립해야 하며, 그에 앞서 무엇보다 우수한 연구원을 확보하고 또 그들이 활동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선택해야 한다.

그 뿐 아니라 연구소의 하부구조(下部構造) 구축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치에 설치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욱이 DKIST가 '동남권 R&DB 네트워크의 허브'를 지향한다면 이와 같은 요건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목희(영남대 객원교수.과학기술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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