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해진 '온정' 발길...우울한 복지시설

입력 2003-12-17 12:02:13

'껌 한통(500원)의 사랑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랑의 계절'인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 큰폭으로 줄고 있다.

게다가 사회복지시설들도 후원하는 이들이 줄고 자원 봉사자들의 꾸준한 발길 마저 점점 뜸해지면서 더욱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부터 언론사나 행정기관 등을 통해 접수한 모금액은 16일 현재 3천64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 345만원)의 30% 정도에 그쳤다. 시민 1인당 모금 목표액 560원의 10%가 조금 넘는 65원에 불과한 수준.

공동모금회 김미정 홍보담당은 "총선 등의 영향으로 시민들이 이웃돕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지는 것 같다"며 "올해초 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의 피해 당시 시민들이 성금을 많이 낸 영향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9일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도 모금액이 3천8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00여만원이 늘었지만 최근 몇년새 증가치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추성찬 구세군 대우본영 지방관은 "해마다 모금액 증가율이 15%를 넘어섰지만 올해는 10%선을 밑돌고 있다"며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IMF때도 줄지 않았던 모금액 증가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온정의 손길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

아동양육시설인 애활원의 경우 12월에 접어들었으나 독지가의 후원 및 연말 방문 예약이 아직 한 건도 없으며 기존 후원자들도 하나둘 빠져 나가고 신규 후원자는 뚝 끊어지면서 원생들의 생일 잔치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140여명이 수용된 서구 상리동 영락 양로원도 지난달부터 정기후원자 외에 성금이나 물품을 지원하는 일반 후원자들이 한 명도 찾아오지 않고 있으며 자원봉사 대학생들이나 시민들의 발길마저도 몇달전부터 줄고 있다.

복지 시설 관계자들은 "후원금과 독지가 방문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도 적다"며 "시설마다 직원들이 몇달전부터 직접 뛰어 다니며 십시 일반으로 돈을 마련하고, 기업체에 우편물을 발송하거나 전화를 걸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시민들의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1%나눔운동' '사랑의 계좌 모금' '사랑의 전화 걸기 운동 ARS 모금' '동전하나! 사랑더하기 톨게이트모금' '지하철역사 매표소에 모금함 설치'와 사이버 모금운동을 벌여 불우이웃돕기 운동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 사진설명 : 16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 마련된 구세군 자선냄비가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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