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27)의 메이저리그 진출 좌절과 일본행을 계기로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 보고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일본에 비해 한국 프로야구를 확연히 낮게 평가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 프로야구 역사가 일천해 발전 방안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3류의 설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계기로 한국 프로야구 현실을 짚어해본다.
△더블A 또는 트리플A
미국 현지를 방문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했던 이승엽(27)이 우여곡절끝에 일본행을 선택했다.
미국 방문 과정에서 이승엽은 "내 실력을 낮게 평가한 것보다 한국야구에 대한 홀대에 더 실망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반면 일본의 마쓰이 가즈오(28)는 3년간 272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뉴욕 메츠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한국 야구를 어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국 프로야구 수준을 더블A에서 트리플A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 이치로(시애틀)와 마쓰이 히데끼(뉴욕 양키스) 등의 활약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을 거쳤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이상훈이 잠깐 마이너리그를 거친 것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찬호.김병현.서재응.최희섭 등이 크게 활약했지만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경우여서 이들은 통해 한국 프로야구를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재우 MBC-ESPN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실력보다 몸값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터무니 없는 액수는 아니다"며 "아시아 홈런신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전용배(영남대) 박사는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 좌절은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야구문화 이해가 우선이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35년, 68년의 프로야구 역사를 자랑하는 데 비해 우리는 고작 22년으로 역사가 일천하다.
전문가들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프로야구가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역사가 짧은 만큼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한다.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초.중학생들이 각종 서클, 클럽 활동을 통해 금전적 부담없이 야구를 접하고 즐긴다.
미국은 중학교까지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케하고 취향에 따라 고교시절부터 운동에 전념케 한다.
이에 비해 국내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 돈을 들여 야구를 하느냐, 마느냐의 양자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번 야구에 발을 들이면 고교 졸업때까지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고교 야구선수를 아들로 둔 학부모 A(44)씨는 "아이의 장래를 고려할 때 다시 야구를 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절대 야구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 야구 감독은 "야구를 하려면 한달에 30~40만원은 족히 든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경우는 학부모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로 내려갈수록 야구를 하려는 아동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본의 경우 고교팀만 4천500여개에 이르지만 국내는 고작 56개팀에 불과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진형 과장은 "학생들이 수업 후에 클럽 활동 등을 통해 야구를 즐기거나 학교에서 특기, 적성 수업을 이용 야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팬과 유리된 프로야구
프로는 팬들과의 교감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스타들은 팬들과 접촉이 제한돼 있다.
이승엽도 56호 홈런 기록을 달성한 뒤 "팬들과 자주 만나고, 친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 바 있다.
야구장 네트를 낮춰 팬들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 잘 볼수 있도록 만들고, 선수들과 팬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게 중요하다.
전용배 박사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네트가 설치돼 있지 않아 구장을 찾는 팬들이 스스로 안전을 위해서 글러브를 꼭 가져올 정도로 선수와 가까이서 호흡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구단의 만성적인 적자도 야구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1년 예산이 150억원 이상이지만 유일한 수입원인 입장료는 2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구단에서 충당해야 한다.
중계권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모두 가져가고, 각종 캐릭터 사업은 아직 개념조차 없다.
그나마 KBO가 지난해 7월 (주)KBOP라는 산하 단체를 만들어 통합 마케팅에 나섰지만 관련업체가 부도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삼성 박덕주 홍보 과장은 "수익증대의 필요성은 누구나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일단 구장 입장료가 너무 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익구조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한국 야구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관중수익과 TV 중계료, 캐릭터 사업 등이 각각 3분의 1씩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KBO는 먼저 중계권 수입의 일정 부문을 구단에게 돌려주고 구단들은 주차수입, 먹거리 판매, 펜스 광고, 캐릭터 상품개발 등을 통해 수익 증대에 나서야 한다.
TBC 최종문 해설위원은 "팬 서비스 강화와 구단이 직접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의 경우 웨이터들이 메뉴판을 들고 관중들 사이를 다니며 고급 음식을 주문받기도 한다"며 경영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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