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앞서 국회 예산조정 소위원장 자리를 놓고 빚어진 한나라당과 민주.열린우리당의 힘겨루기가 가까스로 일단락됐다.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예결위도 9일만에 정상화됐다.
그러나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예산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결위 파행은 사실 어이없는 것이었다.
3당 간사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예산조정 소위위원을 한나라 5명, 민주 2명, 우리당 2명으로 배정하고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을 소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3당간 합의는 이 의원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없이 털컥 수용한 것이어서 다음날인 11일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소위원장을 박종근(朴鍾根) 의원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반대했다.
이 의원이 "한나라당에 소위원장 자리를 주기로 합의했으면 됐지, 누가 하든 무슨 상관이냐. 박 의원을 소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과 우리당은 소위원장 교체가 한나라당의 억지라며 발끈, 예결위 파행으로 이어졌다.
예결위원장인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3당간)합의까지 해 놓고 갑자기 간사도 아닌 특정인에게 감투를 씌우기 위해 예산심의를 볼모로 잡는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박 의원을 직접 겨냥, 비난했다.
심지어 민주당 간사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박 의원을 소위원장으로 하려는 것은 한나라당내 대구·경북 배려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박 의원은 추경 소위원장 때 대구 지역에 200억원을 추가 배정해 주는 등 지역구 챙기기를 해 비판 목소리가 크다"고 공격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이미 당에서 소위원장을 내정한 상태인데 이한구 의원은 되고 나는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양 당의 쓸데없는 트집으로 국회 예결위만 공전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여야간 묵은 감정싸움까지 나오면서 예결위 파행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당 간사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박 의원은 지난번 추경 소위원장을 하면서 대구.경북 예산을 많이 챙기려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고 한나라당 입장이 워낙 강경해 여야 모두 적잖은 부담을 안았고 결국 17일 전격 타결을 이뤘다.
예결위는 18일부터 정상 가동됐다.
특히 한나라당 홍 총무가 "예결위 간사 합의에 앞서 이미 총무협의회에서 예결위 소위원장을 박종근 의원이 맡기로 합의했다"며 "매사 이치대로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약속을 깨고, 예산소위의 정상화를 촉구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말까지 무시하고 어떻게 국회를 운영할 수 있느냐"고 성토한 것이 주효했다.
소위원장 내정이 확정된 뒤 박 의원은 "며칠동안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뒤 "최선을 다해 예산심의를 하겠으며 특히 DKIST 예산 500억원 확보, 지하철 부채 탕감 예산확보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