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도 의약계 열풍은 계속되고 이공계 기피는 계속될 것인가, 대학 정원이 수험생 수를 넘어선 현실 속에 중.하위권 수험생들 사이의 경쟁은 어느 정도 치열할까, 재수하면 7차교육과정에 따른 2005학년도 입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얼마나 소신지원할까.
정시모집에 지원할 대학과 학과 선택의 마지막 기로에 선 수험생들은 이번 정시의 지원 경향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원서를 낸 수험생들도 해당 학과의 경쟁률이나 지원자의 성적 분포 등이 어떠할지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3학년도 정시모집의 경향에 비춰 올해는 어떠할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소신지원과 의약계 열풍=지난해 중.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소신지원과 하향안전지원 경향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와 연.고대 등 상위권 대학과 의예과, 한의예과 등 인기학과의 경쟁률은 전년도보다 더 올라갔고 나군과 다군에는 안전지원하는 수험생이 많아 막판에 경쟁률이 폭등했다.
상위권 고3생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수를 각오하고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송원학원의 진학 상담 결과를 살펴보자. 수능 340~350점대 자연계 고3생 316명을 상담한 결과 1/3에 가까운 102명이 의예과, 한의예과, 약학과 등에 소신지원하고 합격하지 못하면 재수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 점수대 재수생 130명 가운데도 111명이 의약계열에 우선지원하겠다고 했으며 21명은 소신지원 후 불합격하면 삼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연계와 달리 인문계 수험생들은 성적에 맞춰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송원학원 상담에서도 인문계 330~350점대 수험생 380명 가운데 210명이 성적에 맞는 대학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소신지원 후 재수를 하겠다고 한 숫자는 85명에 그쳤다.
지난해 경우 의예과, 법학과 등 인기학과들은 원서접수 마감 전날 이미 모집정원을 넘어섰고 전년도보다 대부분 경쟁률이 높아졌다.
올해도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이런 여러 상황을 예상하고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공계 경쟁률=자연계 수험생들의 의약계열 선호에 따라 이공계 학과들은 올해도 크게 각광받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경우를 살펴보면 마감 전날까지 대체로 경쟁률이 낮다가 마지막날에 무더기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년도에 미달됐던 학과들은 3, 4대1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올해도 이공계 학과 경쟁률이나 합격선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고 복수합격에 따라 이동하는 비율도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들은 다른 대학 의약계열에 합격한 뒤 등록을 포기하는 숫자가 많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막판에 올라가는 경쟁률 때문에 초조해하는 수험생들이 적잖겠지만 이 가운데 적잖은 숫자가 실제 합격선에 못 미치는 허수 지원자들이고, 대부분은 입시기관들이 제시한 지원 가능점 부근의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쟁률에 부담을 느껴 정작 중요한 전형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중.하위권 경쟁=올해 수능시험 성적 분포는 지난해에 비해 상위권이 내려오고 중.하위권이 올라간 모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위권층이 두터워졌다는 얘기이고 이 점수대에서는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슷한 점수대,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는 수험생들이 지원할 만한 유사 학과라면 모집군에 따라 경쟁률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여러 개 대학이 밀집한 군에서는 경쟁률이 다소 낮겠지만 한두 개 대학 뿐이라면 경쟁률은 수십대일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경우 가, 나군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다군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 일부 학과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는데 올해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경쟁률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다른 군에 비해 추가합격에 따른 수험생들의 이동이 많아 후보 합격 순위는 더욱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많다고 해도 하위권 대학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수험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과 학과는 여전히 소수인 탓이다.
◇재수 열풍=수능시험 이후 대구 수험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도 전에 재수를 결심하는 수험생이 과거보다 많은 것은 둘째로 하더라도 일찌감치 재수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은 특이한 것이다.
이는 2005학년도 입시부터 7차교육과정이 적용돼 상당히 달라지리란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라도 일찍 달라진 부분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게 나으리란 심정인 것.
실제로 지난 1일 개강한 유신학원 재수 종합반의 경우 서울대 인문.자연계반, 의예.한의예반 등 상위권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3개 반이 정원을 채웠다.
전한길 유신학원 이사장은 "수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수험생들이 2005학년도 입시에서 어떤 부분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 몰라 일찍 재수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송원학원의 경우 10일까지 무려 520여명이 가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들의 소신지원 경향도 이 때문에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 일단 합격한 뒤 재수하는 이른바 반수(半修)가 2005학년도 입시에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번 정시에서 과감하게 지원한 뒤 떨어지면 재수하겠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다는 것이다.
재수를 고려하지 않고 이번 정시에서 합격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이를 잘 살펴 빈틈을 공략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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