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흑색선전, 매표거래, 인신공격, 학연과 지연. 선거가 시작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들이다.
무차별 폭로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다가 결국에는 감정의 골로 치달아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내년이면 나라의 선량을 뽑는 17대 총선이 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에게 '줄서기'를 자진하거나 아니면 권세를 앞세워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게 고질적 관행이다.
한국미술협회도 내년 초 제20대 이사장을 뽑는다.
일찌감치 '떡고물'에 연연하는 일부 추종자들이 특정후보에 줄을 대고 패갈림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물론 뚜렷한 신념을 갖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이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듯하다.
각 후보가 진용을 갖추고 지방을 돌면서 사람들을 동원, 노골적으로 세 과시를 하고 있다.
미술인도 아닌 일반인들이 집회마다 머리 수를 채우기도 한다.
이사장 선거를 발판으로 차기 지역협회장에 출마해 보려는 인사도 있다고 한다.
특정 후보자가 베푼 대가성 선심에 감읍하여 지지성명서를 돌리는 협회장들도 있다는 얘기다.
대의명분은 술잔에 팔아먹고 사사로운 실리에만 부침하니 갈등과 분열이 심화될 뿐이다.
여기에 비해 대다수 미술인들은 초연하다.
하지만 패거리를 나누는 일부의 모습에선 명분에 목숨걸고 견제와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소신과 지조가 엿보이지 않는다.
기성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어두운 모습이 여과없이 재현되고 있어 서글프다.
이지경이다 보니 지역미술계가 중앙의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 단체장이 직접선거를 통해 당선되어도 서울본부로부터 인준을 받아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줄 아는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명분 있는 대의가 아쉽다.
중앙집권적 성향을 버리고 자기 결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숨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줄서지도 말고 줄세우지도 않으면서 떳떳한 권리를 행사하기를 기대해본다.
남학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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