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복수정답 인정으로 네티즌들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와 평가원 사이트 등에서 격렬하게 맞서던 네티즌들은 급기야 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 항의시위, 수능 출제과정에 대한 행정감사 청구 등 집단행동에 나서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능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 뉴스'가 지난 25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총 1천920명의 응답자 중 63.3%(1천216명)가 "수능시험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31.9%(612명)가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4.8%(92명)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수험생들간의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는 수능 복수 정답 파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죽고 싶은 심정
"현 행태는 수험생을 우롱하는 것이다.
숫자 한 두개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수험생 입장으로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복수정답을 인정하면 3번을 정답으로 쓴 학생들의 손해는 실제로 보이는 점수(원점수)보다 더욱더 큰 타격(변환표준점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변환표준점수 1, 2점으로 등급이 바뀌고 등수가 바뀌고, 심지어는 학교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실 윗분들이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나? 조만간 또다른 자살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3번으로 표기한 학생이 복수정답 인정으로 인해 5번을 표기한 학생과 등급, 등수가 바뀌어 버린 것을 억울해 하면서 말이다.
3번과 5번 학생 두 편으로 나뉜 갈등과, 안 그래도 신물나는 한국교육에 대한 끝없는 불신이 생길 것으로 본다".(박유나)
▨인터넷 여론몰기 행태
"5번 오답자들의 머릿수가 75%다.
최 대학교수가 오답시비를 제기했을 때부터 2점을 올려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인터넷을 들쑤셔댔다.
그러나 3번 정답자들은 '맞은 답이 고쳐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그냥 마음 편하게 평가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결론은 머릿수가 패배의 요인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몰기식 행위에 어처구니없게 지고 말았다.
우리가 진 것은 여론이요, 잃은 것은 정의다".(박지원)
▨17번 비리 특검해야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해 보면 개개인의 측근 비리가 개입되어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이 된 것을 묵과할 수 없다.
자문위원에서도 다수가 3번만이 정답이라한 것을 평가원장의 주관적 판단으로 뒤집은 것이 아닌가? 이런 때에 특검을 주장하지 않던가? 정부가 바로 서려면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피해 학생들의 피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정경애)
▨차등점수제 도입하자
"복수정답 인정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많고 누구의 제안도 완전히 옳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범적으로 차등 점수제를 도입해 봄직하다.
출제자의 의도에 따른 기준은 3번이지만, 5번 역시 틀린 것은 아니기에 인정하되, 3번과는 점수의 차등을 두는 것이다.
문제가 2점짜리였으니 보다 더 근사한 답에 2점을 주고, 맞지만 조금은 그에 못 미치는 답에 1점이나 1.5점 정도를 줘야 한다".(황수영)
▨고등학생다운 길을 찾아야
"요즘 일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태는 다수의 횡포도, 소송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소송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정말 학생답지 못한 것이다.
전국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더 자신을 아끼라는 것이다.
아무리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라 해도 여러분의 목숨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건 없다.
비록 여러분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해도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여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분명히 올해 수능시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우리 후배가 딛고 나갈 앞으로의 길이 바르고 옳기를 원하는 마음이다".(심윤식)
▨현실이 안타깝다
"시인이 시를 쓸 때 수학 공식처럼 이건 이래서 이거고 저건 저래서 저거다 라고 생각하면서 썼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문학을 마치 수학문제 풀듯이 배우고 있는 듯 하다.
문학 작품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모두들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3번이다 5번이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말도 안되는 교육에 농락당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명종환)
정리=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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