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활용교육/컷컷컷-할리우드와 미국정치

입력 2003-11-28 09:25:50

'데몰리션맨'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냉동감옥에서 풀려난 악당이 미래 사회로 와서 범죄를 저지르자, 역시 냉동됐던 20세기 경찰이 이를 제압한다는 SF 액션입니다.

20세기의 거친 경찰 역으로 실베스타 스탤론이 나오죠.

영화의 배경은 21세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놀드 슈월츠네거가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설정입니다.

실베스타 스탤론과 함께 둘은 80년대를 풍미한 액션스타입니다.

둘을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근육질의 '람보'와 '코만도'가 떠오르는 라이벌이죠. "아놀드 슈월츠네거가 대통령이었다"는 말을 듣고 실베스타 스탤론이 어이없어 하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할리우드는 미국 정치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거액의 기부금으로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대통령의 연인'이나 '에어포스 원' 같은 영화를 통해 대통령을 칭송하는 영화를 찍기도 합니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세가 강하죠. '컨텐더'는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면죄부를 줬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왜 민주당의 기반이 강할까요. 바로 자유분방한 할리우드의 성향 때문입니다.

'컨텐더'의 핸슨이 주장하는 '낙태 선택권', '사형철폐', '총기 압수', '미성년 담배판매 금지', '평등 조세' 등이 모두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책노선이고 많은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주장하는 것들입니다.

공화당인 조지 부시의 군사력을 앞세운 외교에 반기를 드는 이들도 할리우드 영화인들입니다.

예술가적인 기질을 지닌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할리우드영화인들에게 민주당 성향이 맞아 떨어진 것이죠.

그래서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자 그와 친분이 두터운 유명배우들이 반기를 들고 말렸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믿으나 그가 하고 싶은 일들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며 그의 친구임에도 "그에게 표를 던져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슨 포드, 톰 행크스, 시빌 셰퍼드와 같은 다른 유명배우들도 반대했죠. 민주당인 케네디가(家)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도 그의 정치 입문을 반대했습니다.

이를 이겨내고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됐습니다.

2급 배우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도 공화당이었죠. 그때도 특별한 예외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민주당 일색인 할리우드에서 모두 공화당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데몰리션맨'은 1993년 작입니다.

10년이 흐른 2003년. 성공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아놀드 슈월츠네거. 이러다간 10년 후엔 레이건에 이어 또 영화배우 출신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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