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통령 '下野 투쟁'까지 검토

입력 2003-11-25 12:01:40

정국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국면에 들어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총선정국때까지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나섰고 이에 한나라당은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극한대결 구도가 불가피해졌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강경투쟁이 예고된 가운데 특검을 거부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승부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지방분권관련 3대특별법과 한.칠레간 FTA 비준동의안,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 및 새해예산안 등의 처리에 있어서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실함에도 특검법 거부권을 선택한 것은 특검거부에 따른 국정혼란 못지않게 특검법을 수용했을 경우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판단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의 국정혼란에도 불구하고 "협박정치에는 굴복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일전불사 의지를 곧추세우고 나선 것은 총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전면투쟁을 예고한 상태에서 특검을 수용한다면 "(한나라당이)무서워서 수용한 것이 되지 않느냐"는 유인태 정무수석의 표현처럼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밀린 듯한 인상을 주면서 내년 총선구도로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전면투쟁을 선언하면서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 오히려 노 대통령이 물러설 수 있는 퇴로마저 차단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지방분권관련 3대 특별법과 FTA, 새해예산안 등이 정쟁의 볼모로 잡힌 것은 노 대통령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다. 야당의 반발이 뻔한 상태에서 정국파행을 초래한 정치적 책임은 노 대통령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측근비리특검에 대한 청와대의 거부 분위기도 노 대통령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특검을 하게되면 청와대 사람들이 매일같이 불려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찍히고 난 뒤 나오는 것은 저만 해도 95억원 수수의혹을 받게 되고, 그러면 정치공세가 되는 것 아니냐"며 특검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했다.

야당에서는 노 대통령이 특검수사가 진행될 경우의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수사를 통해 측근비리의혹이 실체로 드러날 경우 이는 총선정국에서도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검찰수사에 시간을 줘야 한다며 조건부 재의요구를 하면서 측근비리 특검 자체를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피했다.

이에 앞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최도술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썬앤문그룹'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계좌추척이 착수단계에 있는 등 측근비리수사가 대선자금수사와 상당부분 중복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거부권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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