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천에 혈세 그만" 반대 목소리 커

입력 2003-11-22 11:05:48

'돈먹는 하마가 될 것이 뻔하다'. 영덕군민들 사이에 군이 시공중인 오십천 하천정화사업을 중단하거나 치밀한 보완을 한 뒤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특히 지역 일각에서는 '두고 두고 애물단지'가 될 이 사업의 타당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가 선행돼야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오십천 하천 정화사업은 영덕군 영덕읍 천전보에서 강구면 강구대교까지 9.6㎞ 구간에 수질정화시설과 자연생태시설을 설치해 오십천을 동해안 최고의 생태하천으로 복원시킨다는 것. 올해 착공, 2005년 준공 예정인 이 사업은 올해만 25억6천600만원 등 총 1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영덕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오십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시켜 관광자원화한다는데 군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반대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이유는 실효성 때문. 사업구간이 오십천 하구여서 조금만 많은 비가 내리면 잠기고, 일대를 쓸어가버리기 일쑤인데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왜 엄청난 혈세를 들여 무용지물이 될 인공습지와 침수방틀 등 같은 사업을 벌이느냐는 것이다.

영덕읍 남석리 김모(54)씨는 "오십천 하구는 매년 한 두차례씩 잠긴다"며 "그때마다 돈을 들여 복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 우려는 공사현장에 가보면 확연히 감지된다.

우선 침수방틀. 하천 바닥과의 높이가 불과 50㎝도 안돼 기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 강 중간을 가로질러 가설된 돌다리도 큰물이 한번만 쓸고가면 파묻힐 수밖에 없고, 제방에 붙여 만들었다지만 분수대 등의 시설도 자갈밭으로 변해버릴 우려가 높다.

토목업체 관계자는 "오십천은 한강과 달리 하상이 좁은데다 유속이 빨라 물길이 수시로 변한다"며 "유속이 완만한 한강을 영덕군이 모방했다면 큰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영덕읍 우곡리 박모(53)씨는 "십수년 전 군청이 화개리 오십천변에 군민운동장을 만들었다 매년 큰 비가 지나가기만 하면 흉물로 변하는 바람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 보수하다 끝내 폐쇄한 사실을 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영덕군은 그러나 이런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강우량 300㎜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됐다는 것. 내년 사업예산으로 60억원을 환경부에 신청해 둔 상태다.

문제는 오십천 자연생태계사업이 전액 국고사업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지방양여금이 70%로 대부분이지만 군비도 전체 사업비의 22.5%인 21억원로 부담이 적잖은 것이다.

때문에 군청 공무원들도 실효성을 두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 기술직 공무원은 "사업이 성급하게 추진된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적잖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오십천 하구는 토사 이동이 심해 200여mm의 비에도 시설물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사진:오십천 하구에 만들어진 인공습지. 위치상 강물이 범람하면 순식간에 묻혀 버릴 것이 뻔해 올 겨울 한철을 위한 인공습지가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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