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구두쇠들만 모여 사는 구두쇠 마을이 있었어.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찌나 인색한지, 구두쇠 노릇으로 말하자면 세상에서 둘째 못 가는 사람들이었지.
이런 구두쇠 마을에 어떤 색시가 시집을 갔어. 시집간 첫날 가만히 보니까 집 천장에 웬 썩어빠진 굴비 한 마리가 디룽디룽 매달려 있거든. 보기도 싫고 냄새도 나는지라 냉큼 떼다가 거름더미에 내버렸어. 그 날 저녁이 돼서 온 식구 밥상이 들어오는데, 글쎄 밥상에 식구 수대로 밥만 한 그릇씩 달랑 놓여 있고 반찬이라고는 신 김치 쪼가리 하나 없는 거야.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시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고 천장을 딱 쳐다보더니 그만 기겁을 하네.
"얘야, 얘야. 며늘아가. 저 천장이 왜 허전하냐?"
"왜 그러십니까, 아버님?"
"천장에 매달아놓은 굴비가 안 보이기에 하는 소리다".
"아, 그 굴비 말씀입니까? 보기도 싫고 냄새도 나서 거름더미에 내다버렸습니다".
"뭐라고? 너 그 굴비가 어떤 굴비인지 알고서 버렸느냐? 그게 우리 식구 십 년 먹을 반찬이다.
밥 한 술 뜨고 굴비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술 뜨고 굴비 한 번 쳐다보고, 이렇게 오 년 동안 해 왔으니 앞으로 오 년은 더 쓸 것인데 그걸 버렸단 말이냐?"
"잘못했습니다.
그게 그런 건 줄 몰랐습니다".
"잘못이나마나 굴비가 없어졌으니 네가 굴비 노릇 대신 해야겠다.
이제부터 우리 식구 밥 한 술 뜰 때마다 네가 '굴비'라고 한 마디씩 해라".
이렇게 해서 며느리는 다른 식구들이 밥 한 술 뜰 때마다 '굴비'라고 한 마디씩 외쳐야 했어. 그런데 이게 참 예삿일이 아니야. 부끄럼을 타느라고 조그마한 소리로 '굴비' 하면 "에이, 너무 싱겁다.
좀더 크게 해라"하고, 그런다고 목청껏 '굴비' 하고 냅다 소리를 지르면 "아이쿠, 너무 짜다.
웬 살림이 그렇게 헤프냐?"하고 면박을 주고, 이러니 이게 어디 예삿일이야?
그렇게 살다가 하루는 딴 식구 다 밖에 나가고 며느리 혼자 집을 보는데 고등어 장수가 왔어. 며느리가 나가서 고등어를 고르는 척하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만지기만 하다가 비린 물을 잔뜩 손에 묻혀 가지고 집에 들어왔지. 들어와서 그 손 씻은 물을 솥에 풀어 국을 끓여 놓으니, 꼴은 멀건 물이지마는 제법 고등어 냄새가 나거든. 저녁 때 식구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려 그 국을 내놓고 은근히 자랑을 했어.
"오늘 고등어 장수가 왔기에 고등어 고르는 척하고 손에다 비린 물을 잔뜩 묻혀 가지고 그 손 씻은 물로 국을 끓였으니 어서 드십시오".
그랬더니, 그 소리를 듣고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펄쩍 뛰며 나무라더라.
"아이쿠, 얘야. 네 손이 그렇게 커서야 어디 우리 집 살림이 남아나겠니? 그 손을 큰 두멍에다 씻었으면 우리 식구 일 년 내내 생선국을 먹을 텐데, 그 귀한 걸 한참에 먹어치우자고 솥에 씻었더냐?"
그 소문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한 술 더 떠서,
"그 집 며느리 살림 본새가 그렇게 헤프단 말이야? 그 손을 동네 우물에다 씻었으면 온 동네 사람들이 평생 동안 생선국을 먹을 텐데".하더라네. 허허허.
서정오(아동문학가)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