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외국인 호텔 총지배인 스퓌헬(62)씨

입력 2003-11-14 11:15:30

"찾아온 손님이 만족해하는 것을 보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모르실 겁니다".

대구 유일의 특1급 호텔인 인터불고의 2명의 총지배인 중 한 명인 볼프강 스퓌헬(62)씨. 숙소가 호텔 내에 있는 그는 거의 호텔을 떠나지 않는다.

휴일도 없이 근무한다.

일 하지 않는 시간은 잠잘 때 뿐이다.

독일 출신인 그는 이 호텔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말단 요리사에서 출발해 바텐더, 프런트 책임자 등을 거쳐 '전세계호텔예약기구(Supranational Reservation System·60여개국에 1천여개 회원 호텔이 있음)' 의장(1994년)과 독일 LTU항공사 소속으로 11개국에 있는 53개 호텔의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LTI TOUR사 책임자)에까지 올랐던 입지전적인 호텔리어이기 때문. 독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할 수 능력을 갖춘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그가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6세가 되던 1958년. "호텔에 와인을 납품하는 일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호텔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고 그러다 보니 호텔 직원이 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소개로 만난 한 여자 호텔 매니저가 요리를 배우면 호텔에서 일할 수 있다고 해 컬리지(한국의 중학교) 졸업 후 당시 뮌헨에서 가장 좋다는 호텔 부설 요리학교에 등록했지요".

요리학원을 마친 뒤 같은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 하루 14, 15시간 동안 음식을 만드는 중노동을 하면서도 그는 서빙과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다.

그가 모국인 독일에서보다 더 오랜 세월을 보냈고 현재 가족이 살고 있는 스페인의 호텔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64년. 바르셀로나에 있는 호텔의 바텐더로 출발해 20년째 되던 1983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새로 문을 연 호텔의 최고책임자가 됐다.

1995년부터 5년간 맡고 있던 LTI TOUR사 책임자를 끝으로 지난 2001년 현직에서 은퇴했던 그가 이 호텔로 온 것은 지난 2002년 3월. "권 회장(권영호씨)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며 한국 여행을 시켜줬습니다.

스페인에서 권 회장에 대한 평판이 좋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데다 나무가 울창한 한국의 산에 반해 승낙했지요.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팔공산도 너무 좋습디다".

그는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키 184㎝, 몸무게 90㎏의 거구를 이끌고 쉬지 않고 호텔을 누빈다.

가끔씩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직원들을 대상으로 요리실습을 하기도 한다.

날씨와 시간에 따른 음악 등 아주 세세한 부분에까지 관여를 하다보니 일부 직원들로부터는 잔소리가 많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도 그것을 안다.

"하지만 이 구석 저 구석 다니면서 제가 보기에 잘못됐고 모자라는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저의 낙이자 취미인걸요".

하얀 와이셔츠에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국의 전통 의상은 곱고 화려한데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어두운 색의 정장을 많이 입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권 회장이 같이 일하자고 제의할 때까지는 한국을 전혀 몰랐다고 토로하는 그는 "한국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렀다고 하지만 아직은 흙 속에 묻힌 진주처럼 세계인들에게 덜 알려졌다"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개발해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호텔 시설 및 호텔 종사자들의 수준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그는 "우리 호텔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지역민들의 성원 없이는 존립이 어렵다"며 시민들의 보다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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