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리야 폭탄테러로 伊 철군 논란

입력 2003-11-13 09:49:09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로 최소한 이탈리아 군경 16명이 사망함에 따라 이탈리아 내부에서 철군논란이 일고 있다.

나시리야 폭탄테러는 이탈리아 군이 2차대전이후 당한 '최악의 공격'으로 이탈리아 정가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탈리아 군은 42년전인 1961년11월 아프리카 콩고에서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을 펴던 공군병사 13명이 사망한바 있고, 과거 유고슬라비아에서 2대의 항공기 사고로 4명이 숨진바 있다.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정부 지도자들은 일단 지난 6월부터 이라크에 파견된 이탈리아 군경의 계속적인 주둔방침을 밝히고 있다.

카를로 아젬피 참피 대통령은 "우리는 국제테러와 맞서 싸우는데 있어 우방과 유엔편에서 우리의 역할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우리군과 경찰의 이라크 주둔은 의회의 결의에 따른 것으로 모든 이탈리아 인들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어떠한 위협도 안전과 자유속에서 이 나라의 (전후) 복구와 정부 구성을 지원하려는 우리의 희망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야당을 중심으로 철군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고 이는 갈수록 가열될 전망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중도좌파 야당 지도자 프란체스코 루텔리는 "조만간 이탈이아군의 주둔과 주둔 목적 그리고 유엔지휘의 필요성 등을 논의해야 할것"이라고 말했고, 진보성향인 민주당의 피에트로 폴레나는 "이탈리아 군은 지금 당장 철수하는게 올바른 길"이라면서 "이탈리아군은 프랑스, 독일으로 재편성해야 하며, 군대를 철수시키고, 미국과 영국도 철수하도록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정당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공산 PRC당의 지도자 파우스토 베르티노티는 "이탈리아군의 파견은 실수였고, 이는 평화관리임무가 아니라 계속되는 전쟁에 뛰어 든 형국"이라고 비판했고, 공산 PdCI의 지도자 올리베로 딜리베르토는 "큰 비극에도 불구하고,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는지 묻지않을수 없다"면서 "정부는 더이상 군대를 사지로 보내서는 안된다"며 정부책임론을 제기했다.

녹색당 지도자 알폰소 페코라로 스카니오는 "부시의 예방전쟁을 위해 수천명의 이탈리아 젊은이들의 목숨을 위험에 놓이게 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이라면서 철군론에 가세했다.

야당 지도자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출신의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라크의 평화유지 업무는 유엔에 의해 대체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유엔이 평화를 성취하는데 보다 많이 관여하고, 보다 많은 권력이 이라크 정부하의 이라크 국민에게 주어져야 하는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탈리아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안토니오 마르티노 국방장관을 의회에 출석토록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토록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특히 야당의 철군론 등과 관련해 "국가적 비극앞에 정치적 논쟁은 자제돼야 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지난 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탈리아 국민 대다수가 이라크전에 반대했고, 이번 나시리야 자폭테러 사건을 계기로 이에 대한 국민여론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이후 2천400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등 미국의 이라크전과 관련해 유럽내에서 최대의 우방역할을 해온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대외정책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테러연구센터를 운영중인 마우리치오 칼디 전 상원의원은 이탈리아군은 베를루스 코니 정권의 친(親)미국.이스라엘의 외교정책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외교정책이란게 없으며, 오로지 미국에 종속돼 있다. 우리는 즉시 모든 군대를 전쟁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주둔 이탈리아군의 대규모 피해는 나아가 미국으로부터 파병요청을 받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포르투갈의 경우 일단 128명의 병력을 파견키로 한 결정을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파병을 결정했다 이라크의 연쇄 테러사건이후 이를 철회한 터키의 예에서 볼수 있듯이 이번 사건은 파병을 검토중인 일부 국가의 정책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곤란한 입장과 이번 사건의 파장을 의식한듯 미군병사의 사망시에도 개인성명을 내지않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에 애도성명을 발표하는 등 '원격지원'에 나서고 있다.(연합)

--관련기사--==>영남대 교수 50명 이라크 파병 반대 성명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