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가 스미는 아침엔 초겨울, 서서히 따뜻해지는 오전에는 봄, 햇볕 내리쬐는 오후에는 초여름, 해질 녘 거리에 낙엽을 밟고 퇴근하는 길은 늦가을.
이달 초부터 기온차가 커지면서 지난 한주 동안 하루에 사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날이 많았다.
대구기상대 윤석환 기상홍보과장은 "아침기온은 예년보다 더 낮아지고 낮 기온은 오히려 올라가 일교차가 15~18℃ 정도로 급격한 차이를 보였던 날에는 하루에 4계절이 다 찾아온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는 때아닌 개나리가 피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평년보다 따뜻한 낮기온으로 인해 개나리가 '봄이 왔구나' 착각했기 때문.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현상은 이 뿐 아니다.
초겨울에도 모기가 날아다니고 코스모스는 사시사철 때를 가리지 않고 피며 아열대 기후에서나 생기던 말라리아가 창궐하기도 했다.
바닷물 온도상승으로 인한 적조나 어패류로 인한 식중독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 이순애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꽃 피는 시기도 빨라지게 되고 겨울철 추운 날씨에서는 죽었던 세균과 병원균, 해충 등이 따뜻한 날씨로 인해 겨울에도 살아남는 등 이상현상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60년대에는 30℃ 이상인 날이 1년에 30여일에 불과했는데 2000년대에는 50여일에 이른다"면서 "기후변화는 생활패턴의 변화까지도 수반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도 온대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상학자들과 기상전문가들은 '엄밀히 말해 온대기후지역이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민경덕 교수는 "우리나라 온대기후 지역의 북방한계지점이 전에는 추풍령이었는데 2000년 들어서는 충주, 보은까지 올라갔고 이로 인해 남해안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서는 일본과 중국 양쯔강 일대에서 나타나는 아열대 몬순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이로 인해 식생분포도 동백, 유자나무같은 난대식물은 남부에 참나무, 떡갈나무같은 온대식물은 중부지역에 널리 분포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산업화와 자연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변화는 지구에 좋잖은 징조로 받아들여져 일부 기후전문 연구원들은 "기온상승이 지속되면 100∼200년쯤 뒤에는 한반도 전체가 온대, 아열대 기후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