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입시와 성적에 매달리게 하는 교육제도 때문에 미래의 시인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통과 규율을 강조하며 명문대학 진학을 지상 목표로 삼는 사립 웰튼 고등학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이나 소질은 잊은 채 부모들의 뜻에 의해 의사나 변호사로 자신의 인생을 강요받고 있었다.
영어 교사로 부임해 온 키딩은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고 상상력을 불어 넣으려 애쓰지만 권위주의 교육관에 사로잡힌 학교로부터 쫓겨나고 만다.
수능 시험 당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한 여학생은 첫 시간의 문제도 다 풀어보지 않은 채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선택했다.
어느 여중생의 유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절규가 20년이 지난 아직도 귓전을 생생히 울리건만 우리 사회는 성적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찰떡과 엿, 잘 찍으라고 도끼나 포크, 식은죽 세트까지 수험생을 위한 선물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한 디지털 부적도 유행하고 있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입시에 대한 중압감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하다.
고등학교는 서울대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한 것인가! 사교육비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지만 학생들의 학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입시 위주 교육의 병폐가 지적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건만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보여주어야 할 것이 공부뿐이던가. 교육현장에서조차 학생들의 개성과 특기는 외면당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과 학교의 일류대 진학률 높이기가 대다수의 우리 아이들의 장래 설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꿈을 실현시키려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모나 선생님은 몇이나 될까. 한때는 대학만 나와도 번듯한 직장과 결혼은 물론 장밋빛 인생이 보장되었다.
하지만 대학 입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앞지르는 지금 명문대학을 나온다고 보장받는 것은 실제로 아무 것도 없다.
더구나 사회는 다양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일류대학 인기학과를 택하지만 사회진출을 했을 때는 별 볼일 없는 경우도 있다. 차선으로 비명문 비인기과를 졸업했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는 사람도 있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대학 교수가 레스토랑의 주방장 일을 자처하는 등 중간에 길을 바꾸어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 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인 다나카 고이찌는 연구를 좋아하여 승진도 마다한 평범한 중소기업의 회사원이었다.
일류도 부족하여 초일류 국가 건설을 부르짖던 대통령 시절 우리는 IMF를 맞아야 했다.
우리의 삶 속에 놓인 수많은 길. 지금 당장 눈앞에 아스팔트대로가 펼쳐져 있다 하더라도 어디에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비탈길이나 개울을 만나면 건너뛰기도 하고 진흙탕이나 가시밭길에서는 돌아서 가야 할 때도 있다.
수없이 만나게 될 갈림길에서 우리는 망설여야 하리라.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불투명한 장래에 대하여 꿈을 꾸게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시 '가보지 못한 길'에서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라고 노래했다.
비록 차선의 길을 택했지만 가보지 못한 길을 남겨 두었기에 삶은 더 빛날지도 모른다. 학교나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수없이 많은 길을 보여 주어야 한다.
외길만 배울 바에야 학교가 학원보다 더 나을 게 무엇이겠는가. 세상엔 외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큰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학교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광장으로 거듭날 때 행복은 노력순이 될 것이다.
장호병 도서출판 북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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