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텃밭 대구서 무소속 시의원 당선

입력 2003-10-30 23:23:16

'한나라당 일색의 대구 분위기가 과연 바뀌는가'

한나라당이 당대표까지 지원유세에 나서며 공을 들였던 대구 수성을 시의원 재선거에서 무소속 정기조 후보가 당선됐다. 이는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무조건 당선된다'는 그동안의 분위기를 뒤집은 결과로 내년 4월의 17대 총선 흐름을 미리 짚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나라당 불패 신화가 통할 것으로 평가됐던 시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패배는 이미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한나라당은 민주적 경선절차를 통해 후보를 선출했다고 내세웠다. 시의원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윤병준 후보가 당선되고 난 후 한나라당 대구시지부장인 이해봉 의원은 "가장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 후보가 선출됐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공천과정이 아니라 공천의 내용이었다. 당 후보로 공천된 윤 후보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전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윤 후보의 공무원 재직시 문제점을 발견했으나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관했다. 일부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나왔으나 당 지도부는 별로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후보가 흠결이 있다손 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라면 당연히 통할 것'이라는 '오만'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한나라당의 판단은 결국 오판임이 드러났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공천만 하면 안되겠느냐'고 판단했으나 지역민들의 심판은 준엄했다. 전례 없이 시의원 선거에 당 대표가 나서고 당 간판스타인 박근혜 의원까지 지원유세를 벌였으나 지역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던 것이다. 후보공천과정의 '오만'은 지역민들의 반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대구 시정을 감시해야할 시의원 후보를 공무원 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사람으로 공천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번 시의원 재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당장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급물살을 탈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공천을 자칫 잘 못 할 경우 대구지역에서 몇 자리는 잃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지역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불가피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역을 싹쓸이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공천기득권만 장악하고 있으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지역민의 선택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 특정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참신성과 능력만으로도 지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성향의 30, 40대 인사들의 도전도 거세 질 것으로 보인다.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지역 정서의 변화조짐을 감지한 때문이다. 지역 정서 변화에 기대를 건 무소속 후보들의 대거 등장도 예상된다. 한나라당 홍동현 대구시지부 사무처장은 "후보자질문제와 지구당 위원장의 지역구 관리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때문으로 보이지만 지역주민들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