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은 깊어만 가고 가계의 주름살과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요즘이다.
며칠전 자산관리공사에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채무를 최대 70%까지 탕감하는 신용불량자 구제계획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고 생각되지만 엄청난 도덕적 해이를 양산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카드를 돌려가면서 빚을 갚고 안되면 사채를 빌려쓰는 경우도 많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형선고를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은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갚아야 할 돈을 안 갚으려 한다는 사실에 허탈해 하고 있다.
각 은행들의 원칙없는 신용불량자 구제 계획은 더욱 더 신용불량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다.
혹자는 모든 것이 원칙없는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이런 무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가치관의 상실을 초래하게 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그렇고 수많은 선거공약이 공약으로 치부해도 전혀 부끄럼없이 여기는 정치풍토 속에서 서민들은 무엇을 믿고 내일을 설계할 것인가. 보다 통일된 신용불량자 구제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신용불량자에게도 자립의 기회를 주는 건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들도 어쩌면 원칙없는 정부의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김현철(대구시 검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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