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 이대로 둘 것인가(8)-중복 프로젝트 추진

입력 2003-10-27 10:57:57

대구시가 섬유 패션도시로 도약할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이 경기도 성남시에 이어 서울시까지 패션도시화를 지향하며 대구시와 중복되는 사업을 추진, 국비의 이중지원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역패션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패션문화센터 대구 FCK와 중복

서울시는 2005년 완공 예정으로 대규모 국비와 시비가 투입되는 '서울패션문화센터(가칭)'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후 꾸준하게 서울형 신산업으로 패션 육성 정책을 펴온 이명박 서울시장은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처럼 패션도시의 꿈을 담은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동대문 운동장 공원화 사업은 녹지공간과 연계한 도심터미널 기능을 도입하고 지하에 패션인프라를 구축해 동대문시장을 아시아 패션 메카로 발돋움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서울의류패션산업 장단기 발전전략의 일부로 '서울패션문화센터'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서울패션문화센터의 기능은 패션관련 자료나 정보 등을 제공하고 관련업계를 지원하는게 주 내용이어서 지역 패션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 5년간 밀라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미 건립, 운영해온 한국패션센터(FCK)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국비지원사업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미 FCK는 패션정보실, 패션도서관 운영, 패션기획지원 등을 주요기능으로 하고 있고, 패션쇼룸을 완비하고, 로비에 패션전시실까지 갖추고 있다.

서울패션문화센터 사업구상에는 패션 및 관련 생활문화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는 '패션박물관' 설립이 포함돼있어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으나 국비지원을 받지 못한 '섬유(패션)박물관' 건립과 중복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조만간 산자부와 협의를 거쳐 300억원~400억원의 국비 및 시비 조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 패션산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와 패션관계자는 "정부가 섬유패션산업 관련 하드웨어 구축은 더 이상 안된다는 논리로 패션어패럴밸리내 섬유박물관 건립 국비(300억원)를 전액 삭감해놓고, 똑같은 내용의 서울시 사업은 국비를 지원해준다면 누가봐도 지방차별이며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반박했다.

▲대구패션인프라 서울과 비견돼

그러나 서울 패션계 한 인사는 "대구의 패션인프라로 중앙예산을 따내겠느냐"며 "패션을 포함한 특정 산업 육성 정책은 정부 방침에 상관없이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서울사람들의 대구의 패션산업 비하 발언에 대구의 면모를 제대로 알지 못한 소치라며, 패션인프라가 결코 서울에 못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역 패션.어패럴산업의 뿌리는 의외로 탄탄하고, 관련 인재양성에도 활발하다.

가장 탄탄한 인프라는 역시 '인력'. 대구.경북 패션.의류 관련 대학 및 학과는 19개대학(4년제 8개, 2년제 11개), 25개과로 내년 한해에만 1천522명의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한다.

그러나 이들을 지역사회에서 흡수하는 비율은 채 10%를 넘지 못한다.

특히 패턴사, 재단사, 봉제사 등의 기능인력 공급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은 시급히 개선돼야한다.

대구에서 열리는 패션쇼도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86년 첫 출발해 올해 15회째를 맞는 대구 컬렉션엔 총 100명의 국내 디자이너, 21명의 일본, 파리, 이태리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도 대회를 빛냈다.

패션성이 살아있는 직물을 만들고, 지역직물을 이용한 어패럴의 패션성과 디자이너들의 실력을 드러내기 위한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도 12회째를 맞았다.

이밖에 경북 패션페스티벌, 대구 패션대전, 세계대학생패션대전에 이어 2005년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패션비엔날레까지 열릴 예정이다.

하영석 계명대 통상학부 교수는 "대구의 패션인프라는 서울과 비견될 정도"라며 "대구패션산업에 대한 대구시의 강력한 의지 못지않게 중앙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지방패션산업에 대한 홀대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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