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최돈웅 의원이 받은 SK비자금 100억원이 당의 공식창구로 유입됐다는 설이 유력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그간의 해명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나는 등 총제적인 도덕성 위기에 봉착한데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더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해법을 놓고 소장파 의원들은 모든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자며 고해성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강경파들은 한나라당 죽이기 시나리오 하에 검찰 수사가 전개되고 있는 만큼 당 지도부가 강력히 치고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는 등 당론 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22일 최병렬 대표 주재로 긴급 당직자회의를 가진데 이어 저녁에는 최 대표가 전직 최고위원들과 만찬회동을 갖고 대책을 숙의했으나 특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특히 만찬회동에서는 2시간 30여분간이나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회동에서 서청원 전 대표는 특히 "검찰과 청와대가 한나라당을 부패집단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깔린게 분명하다"며 "야당다운 투쟁"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방식은 우선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만큼 한나라당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23일 당이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을 합법적인 통로나 방법을 통해 사용했다면 이에 대한 수사에는 정정당당하게 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자세를 갖겠다" 말했다.
그러나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그는 "(검찰 수사가)우리 당에게만 엄격하다면 공정한 법집행 아니다"면서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등의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정정당당하게 임한다는 원칙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대표의 이같은 발언으로 미뤄 한나라당의 전반적인 기류는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대선자금이 문제가 됐을 때 구사한 '물귀신 작전'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란 판단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 대선 당시 핵심요직에 있었던 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함께 털고 가면 모르지만 패배한 야당의 대선자금만 문제삼는 것은 정치적 저의가 있다고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경훈 의원 등 소장파들은 "검찰 수사에 정략이 담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잘못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강공 일변도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중진도 이같은 견해에 동조하고 있어 당내분란이 고조될 움직임도 읽혀지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사진: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김덕용 의원 의원등 한나라당을 비롯한 상임
위원들과 22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시내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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