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암컷대게' 싸움

입력 2003-10-22 14:05:43

우리나라의 게 가운데 맛이 빼어나다는 영덕 대게는 한자로 '죽해(竹蟹)'다.

대게의 발이 원조 마을로 알려져 있는 축산면 경정2리 왼쪽편 죽도산(竹島山)의 대나무처럼 생겨 붙여졌다는 설이 전한다.

경정2리가 일명 '차유(車踰) 마을'로 불리는 연원도 재미있다.

고려 29대 충목왕 2년(1345년) 초대 영해부사 정방필(鄭邦弼)이 이곳(지금 영해면)에 부임해 대게가 많이 나는 이 마을을 순시할 때 '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하지만 고려 태조가 이곳을 순시할 때 주안상에 오르면서 영덕 대게가 유명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덕 대게가 다른 지역의 대게보다 맛이 좋은 것은 경정2리 앞바다의 서식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 마을 앞 해안 10~12마일, 수심 200~800m의 해저산맥에는 일명 '왕돌암(왕돌잠, 왕달잠으로도 불림)'이라는 대륙 경사면이 있다.

영덕에서 울진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이 경사면의 해저에는 깨끗한 모래만 있어 대게의 맛과 육질이 뛰어나고 색깔도 황금빛이라 한다.

▲마구 잡아 지난해부터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주말의 동해안 포구 '강구'에는 영덕 대게를 맛보려는 전국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영덕의 명물로 알려진 대게를 두고 원조 논쟁이 뜨거웠다.

울진군은 주산지가 죽변항이므로 '울진 대게'로 개칭해야 한다고 주장, 한동안 갈등을 빚었다.

울진군은 근년 들어 해마다 '울진 대게 축제'를 열고 있기도 하다.

▲영덕군과 울진군이 암컷대게(빵게) 잡기를 두고 다시 맞서고 있는 모양이다.

영덕군은 어민 소득 증대를 위해 연중 포획이 금지된 빵게를 제한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서를 경북도 등에 냈다.

반면 울진군은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어자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부른다며 포획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울진군은 특히 한.일 어업협정 이후 조업 구역이 좁아지면서 불법어업이 판을 치고 있어 악용 소지가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영덕군과 울진군의 이번 '빵게 싸움'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울진군의 포획 금지 고수 입장에도 영덕군은 주장이 사뭇 다르다.

그물에 걸린 빵게를 다시 놓아주려 해도 일단 육상의 물양장까지 들여와 암수 선별작업을 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암컷들이 폐사하는 데다 그물에서 꺼내는 과정에서도 손상이 심한 형편이므로 포획 금지 해제를 강력히 내세우는 '현실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는 이웃이어서 오히려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셈이지만, 과연 어떤 결론에 닿게 될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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