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벌레'로 본 농산물 검역체계 'O 점'

입력 2003-10-22 11:40:24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수입한 중국산 건고추에서 벌레가 무더기로 발견돼 수입농산물 검역체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역당국은 수출국검사증명서에 반드시 영하 17.8℃ 이하로 냉동 처리했다는 온도를 부기토록 규정한 식물검역과, 문제의 건고추 보관장소가 경북 청송군 개인소유 창고인 점을 들어 국내 유통과정에서 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고추에서 발생한 벌레의 성충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가 없는 데다 국내산 건고추와 함께 보관됐는데도 국내산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반면 중국산 건고추만 썩은 점을 들어 중국에서 애벌레나 벌레 알이 건고추에 묻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시세차익을 노린 중국산 건고추의 밀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단속 역시 근본적인 한계점이 있는 데다 식물검역규정에 대한 수입업자들의 이해가 부족해 중국에서 애벌레나 벌레 알이 건고추에 묻어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검역당국은 반입된 건고추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한다.

컨테이너 5개 분량까지는 전량 검사를, 그 이상 분량은 5분의 1정도 샘플 검사를 실시한다.

현장에서 육안 검사, 채 검사, 관능 검사를 실시하고 또 시료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정밀 검사를 실시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병해충이 묻어 들어올 여지가 없다는 것이 검역당국의 설명이다.

중국산 건고추에서 발견된 벌레는 그렇다면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최근 부산항을 통해 밀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건고추 등 중국산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검역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정식 수입업자 역시 검역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중국산 농산물을 들여와 반품 조치를 당하는 경우가 늘어나 중국에서 애벌레나 벌레 알이 농산물에 묻어 들어올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을 관할하는 국립식물검역소영남지소는 지난 15일자 수입 채소류에 대한 식물검역 안내문을 건영물류 등 118개사와 대한제당(주) 등 70개사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15일 현재 부산.경남본부세관은 농산물 밀수 13건을 적발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4건에 비해 225%나 증가했다.

금액은 51억6천7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2억3천400만원에 비해 무려 2천108%나 늘었다.

적발 건수에 비해 금액의 증가폭이 훨씬 커 농산물 밀수입의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반영했다

농산물 밀수입의 대형화는 곧 검역을 거치지 않은 중국 병해충의 반입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실제 컨테이너를 이용한 농산물 밀수입의 급증에 대항해 세관당국은 컨테이너 X-RAY 검색기를 적극 활용하지만 농산물 밀수입을 원천 봉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식물검역소영남지소 검역1과 이동모 계장은"검사를 신청하지 않은 밀수입 농산물에 대한 검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이를 통해 중국에서 애벌레나 벌레 알이 묻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유종철기자 tsch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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