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지역대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간다.
수십, 수백장씩 이력서를 들고 이 회사 저 회사를 기웃거리지만 면접기회조차 얻기 힘든 것.
그래서 휴학을 하고 취직시험 준비에 나선다.
또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취업전쟁에 나선 졸업예정자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4학년 정미진(여)씨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학점과 전공 관련성, 어학능력, 자격증과 경력사항 등을 서류전형 때 고려한다고 하나 지방대 출신은 아무리 학점이 높고 어학능력이 뛰어나도 차별을 당한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조사자료에 의하면 대기업의 31%가 입사시험 때 서울대 등 명문대학 졸업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영남대 공대 4학년 김동철(27)씨는 최근 구미의 LG전자 인쿠르팅에서 ID를 부여받아 면접시험에 응했다.
2, 3명 모집에 200여명이 ID를 받았고, 그 중에서 15명이 면접을 보았다.
비록 최종합격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는 도서관에 가보면 전공은 제쳐두고 영어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영어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도 아닌데도 영어 능력을 요구하는 기업의 채용문화에도 불만이 많다.
그러나 수도권대학생들에 비해 지방대생들의 어학능력이 뒤진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적게는 20~30통에서 많게는 100여통에 이르는 입사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취업준비생도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보니 곧 지치고 만다.
이어 원하는 일과 직장을 찾기 위한 백수생활은 '인생의 보약'이라며 자위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취업이 여의치 않자 각 대학마다 휴학생이 급증 추세다.
휴학생 대부분은 취업 준비를 하거나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들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졸업자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아예 전문대 인기학과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영남대생 최일호씨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골의 땅까지 팔아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났다.
군에서 제대한 그는 4학년 과정에 복학하지 않고 어학연수를 결행했다.
경북대생 이모씨는 "외환위기에 따른 취업난을 피하려고 군에 입대했는데 제대하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그러나 '눈치밥'을 감수하더라도 성급한 지원은 삼가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지역 여대생들의 취업문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
영남대 영문과 4학년 한혜영(23.여)씨는 항공사 입사를 위해 해외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영어는 물론 일어까지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항공사 입사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한씨는 기회가 오는 대로 원서를 넣고 있다고 했다.
낙방도 경험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영남대 홍오영 취업정보계장은 "수도권 대학생들에 비해 지역대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적극성이나 정보수집 능력이 뒤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제는 저학년 때부터 진로를 모색하고 취업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에 취업한 경북대 경영학과 4학년 이재인씨는 "취업도 결국 스스로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준비된 낙타'라야만 바늘구멍 뚫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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