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장에도 채소 물량이 별로 없어요. 경기침체, 채소값 폭등으로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에 불과합니다".
칠성시장 채소 중도매상 김동목(50.대구시 북구 대현동)씨의 일과는 새벽 2시30분부터 시작된다.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신선한 채소를 확보하려면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하지만 요즘 김씨는 좀처럼 신이 나지 않는다.
채소 가격이 올라 가게를 찾는 손님도 뜸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2천원이던 양배추가 지금은 4천500원까지 올랐어요. 배추, 무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인지 거래 식당들의 주문량도 크게 줄었죠. 식당 음식이 적게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침체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전엔 채소를 사려는 사람들로 한창 붐볐다는 오전에도 채소 중도매상이 모여있는 칠성시장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쌓여있는 채소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간간이 가격만 물어볼 뿐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김씨는 배달 나가는 시간보다 가게에서 채소를 다듬는 시간이 더 많다고 했다.
김씨는 올 김장철이 더욱 걱정이다.
유난히 잦은 비와 태풍으로 배추 농사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밭떼기 상인들도 지금 가을배추 물량이 없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물량이 많고 잘 팔려야 신이 날텐데 채소도 없고 값도 비싸 올 김장철엔 영 재미를 못볼 것 같네요".
주5일제도 고민거리다.
주말이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시장 전체가 한산해졌다.
그래도 최근엔 대형소매점으로 향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어서 다행이다.
"처음엔 싸다는 인식 때문에 대형소매점에 손님을 다 뺏겼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다시 재래시장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교묘한 중량 표시로 가격 경쟁을 하는 대형소매점과 달리 재래시장은 싸고 좋은 상품을 인심 후하게 판매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죠".
10년 전 부모님의 채소 가게를 이어받은 김씨는 수입이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평생 꾸려온 채소가게를 지키며 욕심없이 부모님의 뜻을 따른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처음 가게를 시작하던 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딱 3개월만 해보자 싶었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좋은 물건을 싸게 팔면 되겠다 싶었죠. 그게 벌써 10년입니다.
그런 마음을 지킨다면 지금 어려운 시기도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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