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신문시장(4)-공정한 유통질서

입력 2003-10-15 09:07:47

"신문 선택은 독자의 몫이죠. 신문사는 신문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프랑스 리용시에 위치한 신문공동배달 회사인 SAP사 다니엘 호틴 사장의 말이다.

프랑스 최대 공배회사인 NMPP사의 자회사격인 SAP는 파리에서 발간되는 전국지와 잡지 등을 리용 지역 일대에 배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호틴 사장은 "프랑스의 모든 전국지들은 자체 배달망 없이 공배회사를 통해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며 "공배 회사에선 일간지 가판과 가정 배달 외에 잡지 배포도 대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신문 배달 방식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신문사는 신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배달은 전문기업이 맡는 식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전국망을 갖춘 NMPP사와 파리 배달만 하는 NLP사 등 두개의 공배회사가 있으며 두곳에서 가판과 서점을 합쳐 3만개소가 넘는 곳에 신문을 공급하고 있다.

신문 판매.배달이 대행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강제 투입이나 경품 공세는 생각도 못한다.

공배회사가 판촉활동을 하지 않는 탓에 신문선택은 독자들의 자율판단에 맡겨지는 것이다

고가의 경품제공 등으로 불공정 거래행위를 하는 우리나라의 전국지 독자 확보 방식과는 판이한 차이가 있다.

호틴 사장은 "정부에서도 공배 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난 3년간 1천200만 유로(160여억원)의 보조금을 신문사에 직접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프랑스 배달방식은 공배 회사 외에 우편 배달이 있으며 지역지들은 배포범위가 한정돼 있는 관계로 주로 자체 배달망을 이용한다.

특히 NMPP사의 지분 구조는 프랑스 신문산업이 갖는 '공정 거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NMPP의 최대 주주는 신문과 잡지를 만들어 내는 5개 협동조합. 잡지사(366개)와 출판사(48개), 일간지(19개), 주간지(28개), 잡지분배회사(16개) 등의 공동 출자로 지분이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한국처럼 판촉 과열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신문 판매 방식의 공정성이 확보돼 있는 상황이다.

호틴 사장은 "프랑스에서도 예전에는 아세트 출판에서 배달을 거의 독점했으나 1947년 공정한 신문 유통구조 확립과 자본력이 떨어지는 신문의 시장진출을 돕기 위해 '비셰법'을 만들고 말 그대로 '공동' 배달회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공배 회사를 통할 경우 수익금의 분배는 가판업체가 14%, 공배사가 9%를 가지며 나머지는 신문사 몫으로 돌아간다.

인접한 독일에서도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프레세 그로소'란 공급회사들이 신문 배달을 대행한다.

독일 언론인연맹 인쇄매체 간사장인 게르다 타일레씨는 "전국적으로 92개 유통회사가 11만여개소의 판매상에 신문을 배포하고 있다"며 "유통회사들은 신문사에 대해 철저히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신문협회와 유통회사 연합이 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체 배달망을 가진 신문들도 부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그 지역 유력 신문사와의 협력을 통해 신문 배달을 위탁하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무차별적인 무가지 배포나 자전거나 금목걸이 등 고가 경품은 찾아 볼 수 없다.

유럽에서 신문 판매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 할 수 있는 것은 제도적 뒷받침도 한몫을 하지만 광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한가지 원인이다.

한국에서는 광고비가 전체 수입의 70~80%에 이르는 왜곡된 경영구조를 가진 탓에 광고 수입 증대를 위해 신문 판매가 '덤핑'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국가나 신문사별로 다르긴 하나 지대 수입은 40%를 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리용지역 최대 일간지 '르 프로그레스'의 지대는 60%(광고 30%.인쇄 대행 10%)를 차지했으며 영국 맨체스터 신문의 경우는 지대가 40%를, 일본 가나가와 신문과 고베 신문은 40~50%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확고하게 정착된 ABC 제도(부수공개)도 공정한 신문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한 축을 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 일년에 두차례 정도 자체 공개와 실사 과정을 거쳐 정확한 부수를 공개하고 있으며 여기에 따라 광고료가 책정된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지의 편집부국장인 브라이언 로더스씨는 "타 유럽국가와 같이 일년에 두차례 부수 보고를 하며 여기에 대한 실사를 받는다"며 "부수를 허위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4년전 버밍햄에서 지역신문이 부수를 부풀린 것이 적발돼 신문사내 관련자 4명이 해고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무가지나 경품으로 부수를 늘린다면 결국 아무도 돈주고 신문을 보려하지 않게 된다"며 "광고주 또한 무가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지 않게 돼 결국 신문 산업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사진:선진국들은 대부분 신문사는 신문은 만드는데 주력하고, 배달은 전문배달회사가 담당한다. 사진은 프랑스 리옹의 공배회사 SAD사에서 신문을 분류하는 모습.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