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의 성의보감-<해피 드러그>고개숙인 '남성'에 활력

입력 2003-10-14 09:15:39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성 생활을 가장 중시하는 국가 중 하나이지만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받는 비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쑥쓰러움과 체면 때문일 것이다.

금기시되던 성담론은 요즘 인터넷 등을 통해 쾌락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성에 대한 무지, 몰이해는 여전하다.

'김정열의 성의보감(性醫寶鑑)'을 연재한다.

미세현미경으로 성과 성문화를 들여다 본다.

김정열 탑연합비뇨기과 원장은 1989년 경북대 의대를 졸업했고 97년 비뇨기과 전문의, 2000년 비뇨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性)을 당신의 인생 전반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 나라 사람들은 87%가 '그렇다'고 응답, 다른 나라보다(세계 평균치인 70%)보다 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성은 종족 보전을 위한 순수한(?) 성행위에서 발달하기 시작해 쾌락 일변도로 흘러가는 듯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문화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원동력이다.

그런데도 성적인 표현이나 문화 자체는 그늘진 곳에 숨겨둔 은밀한 '그 무엇' 이었다.

이제는 이런 편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성은 적절히 활용하면 치열한 생존 경쟁시대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최고의 처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만한 성생활에 제동이 걸려오는 상황이 있다.

몸보다 마음이 너무 앞서 문제가 생기는 신혼 부부, 몸과 마음의 노화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중년 부부, 마음의 갈등이 몸까지 지배하게 돼 고민하는 부부, 병조차 서러운데 성기능 장애라는 불청객까지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성적인 장애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노화라는 자연발생적 현상이나 질환으로 인한 불가피한 성적인 기능 저하조차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뿌리를 뽑겠다', '근본부터 고치겠다', '재발없이 한 번에 고쳐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환자를 만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어쩌란 말인가. 시계 바늘을 무리하게 뒤로 돌리기만 하면 아예 쓸 수 없게끔 고장나 버리고 마는 것을.

그러나 이런 문제에도 '청신호'가 커지기 시작했다.

시계 바늘을 '그 때 그 시절'로 온전히 되돌려주지는 못해도 원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적당히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묘책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제는 여성이 피부에 맞게 기능성 화장품을 골라 쓰는 것처럼 내 몸과 형편에 맞게 잘 선택해서 쓰기만 하면 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다소의 고통과 불편함이 따르지만 음경 내에 바로 주사제를 투입해 '기(氣)'를 살려주는 발기유발제 자가 주사요법에서부터 '그 시간'이 다가올 상황을 미리미리 준비해 기다리는 기쁨까지 주는 온갖 약제들이 나오고 있다(비아그라, 유프리마, 레비드라, 시알리스 등등).

그 기특한 역할을 생각한다면 '해피 드러그'(Happy Drug)라는 예쁜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넘치는 것이 오히려 모자라는 것보다 나쁠수 있다.

몸에 좋다고 해서 온갖 약과 민간요법을 가리지 않고 이용하다가 몸을 망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이런 약제들 역시 적당하게 좋은 용도로 가려 써야만 약으로서, 인생의 활력소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해피 드러그'는 행복한 약이 아니라, 행복해 지기 위한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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