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길임(52.여)씨는 자식이 36명이다.
27세 처녀때 처음으로 너무 어색한 '엄마' 소리를 듣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막둥이 나이는 6살. 아직도 미혼인 진씨가 이처럼 대가족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25년전 대구 동구 검사동 SOS마을에서 엄마 생활을 시작한 때문이다.
이제는 품안의 자식이 5명뿐이지만 다 큰 자식들이 자주 찾는 탓에 집안은 항상 떠들썩하다.
의사인 오스트리아 출신 헤르만 그만이너씨가 고아들에게 '가정'을 만들어주기 위해 만든 SOS 마을이 올해로 40돌을 맞았다.
SOS마을은 진씨처럼 금혼 서약을 한 '처녀엄마'들이 3~10명의 자식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물론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부모 자식간 인연은 평생 이어진다.
진씨의 삶은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공부 못하는 '놈'이 있으면 애가 타고 학교에서 맞기라도 하면 화가 치밀어 학교로 뛰어간다.
자식이 많은 만큼 그녀는 자식 걱정이 떨어질 날이 없다.
물론 자식 자랑은 며칠을 해도 모자랄 정도. 진씨는 "처음 가족을 꾸리고 나서 20살 먹은 큰 자식이 '엄마'라 부르는데 너무 부끄럽고 민망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벌써 7명이나 결혼을 시키고 손자.손녀도 생기다 보니 이른 '할머니'소리를 들어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요즘 그녀는 작은 고민이 있다.
"막내아들이 6살, 45살의 첫째 아들이 낳은 손녀가 벌써 대학 2학년이지만 나이 많은 손주.손녀들이 나이어린 삼촌.고모에게 '삼촌.고모라는 호칭'을 쓰지않아 집안 서열이 뒤죽박죽이 됐다"며 웃었다.
이제 은퇴를 3년 남짓 남겨놓은 진씨는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청소년 상담사' 공부를 준비하고 있다
36명 아이들의 '어머니' 자리는 은퇴후에도 그만둘 수 없는 자리. 때문에 마을 뒤편에 위치한 '은퇴 어머니의 집'에서 생활하며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것이 진씨의 바람이다.
25년을 '어머니'로 살아온 진씨에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것은 사회의 편견. 자식들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서기를 바라지만 사회의 높은 편견은 세월이 갈수록 두터워지기만 한다는 것. 진씨는 "이 아이들도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일 뿐입니다.
색안경을 끼지말고 능력만을 갖고 평가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며 25년 처녀엄마로서 가졌던 '가슴의 한'을 이야기했다.
한편 SOS마을은 12일 오전 천주교 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와 후원단체, SOS 전 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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