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서석주가 본 '사랑의 묘약'

입력 2003-10-13 09:01:42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기념 2003 대구오페라축제의 개막공연으로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이 10, 1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려졌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중 상연 횟수가 단연 많아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이 작품은 1830년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농장주의 젊고 아름다운 딸 아디나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순진한 마을청년 네모리노, 아디나에게 구혼한 중사 벨코레,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으로 속여파는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가 마을사람과 함께 엮어가는 러브코미디극이다.

주역으로 분장한 오미선(아디나), 박현재(네모리노), 함석헌(둘카마라), 김동원(벨코레)은 자신의 솔로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창과 합창과의 하모니를 훌륭히 이뤄내는 역량을 보였다.

오미선의 경우 음색이 세련돼 시골처녀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긴 했지만 아디나의 적역이라 할 만큼 리릭 콜로라투라의 노래와 깜직한 연기가 돋보였다.

함석헌, 김동원도 무대를 압도하는 노래와 역동감·해학성이 뛰어난 연기로 자신의 역을 충실히 수행했다.

다만 박현재는 사랑에 번민하는 사나이의 심정을 리얼하게 부각시키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바보 연기력도, 힘과 열정을 동반한 가창력도 좀 더 살필 필요가 있었다.

이날 특히 귀를 쏠리게 한 부분은 합창이다.

꾸밈이 적은 소박한 무대에서 합창은 혼연일체된 노래와 섬세하고 다채로운 연기와 어우러져 시종 생동감 넘치는 목가적 정취를 살렸다.

관현악은 다소 무대와 호흡이 엇갈렸고 거친 사운드가 거슬리기도 했으나 생기발랄한 극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화려함을 배제한 순수한 의상은 시골이라는 극중 배경과 걸맞았다.

넓은 전원의 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무대의 원근법이 잘 활용된 점도 주목할 만했다.

이날 객석은 국립오페라단의 첫 대구공연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듯 만당을 이뤘고, 성숙해 가는 시민의 문화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앞으로 축제기간 중 남은 세 작품의 공연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본다.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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