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 특별구'(2)-서민들은 박탈감

입력 2003-10-10 11:42:25

경찰관으로 일한지 올해로 21년째인 이모(45.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요즘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

올초부터 아내가 중학생 아들을 위해 대구 수성구로 이사갈 것을 졸랐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몇달새 집값이 폭등, 갈수 없는 처지가 된 탓이다.

이씨는 "언론에서 수성구 집값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아내와 다투다 이젠 사이까지 서먹해져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고 했다.

수성구 지역의 아파트 값이 올들어 폭등한 후 대다수 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다.

'수성 특별구' 바람에 편승하지 못한 이들은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상대적 상실감에, 무리를 해서라도 이곳에 아파트나 분양권을 산 이들은 '꼭지'에 사지는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때문이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동구 효목동 ㅁ아파트 주민들은 도로 하나 때문에 속이 터진다.

몇달전 입주한 길 건너편의 아파트는 '수성구'란 이유로 분양가보다 최소 5천만원 이상 폭등했으나 자신들의 아파트값은 거의 제자리 걸음인 것. 최모(47)씨는 "분양 받은 30평대 아파트를 팔아봤자 길 건너편 3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갈 정도"라며 "도로 하나 사이인데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또 신천변을 끼고 있는 수성구 수성동 ㅎ아파트도 26평형 가격이 1억2천만~3천만원이지만 다리 하나 건너편에 있는 남구 이천동 ㄱ아파트의 같은 평수는 2천만원 정도 낮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수성구에 살아도 소외감을 겪기는 마찬가지. 주부 이모(37.지산동)씨는 "25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데 요즘은 이웃끼리 모이기만 하면 화제가 집값 오른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처럼 수성구 아파트값이 타 지역과 급격한 가격차를 보이면서 두드러진 '수성 특별구' 바람은 대다수 시민들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8월 중순 분양한 수성구 ㅍ아파트의 경우 분양 세대는 360여가구에 불과했지만 지금까지 매매된 분양권은 380건에 달하며 분양 파문을 일으켰던 ㅇ아파트는 분양 이후 거래된 분양권만 150여개에 이를 정도.

수성구의 한 부동산사무소 업주는 "이른바 '큰손'과 주택업체들이 수성구 아파트 가격을 올린 주 원인이지만 일반 시민들도 상당수가 투기 바람에 끼어들었다"며 "전매 차익을 노린 이들도 있지만 수성구 아파트 값이 더 뛸 것이란 불안감에 떠밀리다시피 분양권을 구입한 이들도 많다"고 했다.

또 땅값상승을 노려 학교부지.호텔 등 대형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상가 투기바람까지 일고 있다.

또 '열풍'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수성구에서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받았거나 추진 중인 조합만 모두 19곳에 이른다.

구청 관계자는 "재건축 간판만 걸면 집값이 뛰는데 수성구내 5층 이하 아파트나 단독주택 지역은 대다수가 재건축 지역이라 보면 될 정도"라며 "집계된 것만 19개지만 자체적으로 이야기되는 지역은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수성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이러한 '재건축 열풍'에 끼지 못하는 주민들은 집값이 두배까지 차이나면서 겪게 되는 상실감도 크다.

물론 정부가 수성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하향 기미를 보이면서 '수성구 아파트 값'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래저래 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호준 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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