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서정주의 시 〈상가수(上歌手)의 노래〉의 일부분입니다.
"질마재 상가수의 노랫소리는…. 상여머리에 뙤약볕 같은 놋쇠 요령을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뻐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 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상가수는….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거길 명경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 서 있었습니다.
명경도 이만큼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 두루 무성하던 그 노랫소리는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몸 속으로 흘러간 똥오줌물의 내력을 거울삼아 상가수는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고 노랫소리를 더욱 구성지게 가꾸었으리라는 이야기지요. 이처럼 거울은 자기 자신을 만나 스스로를 성찰하고 또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조각해 가는 장소입니다.
교실 복도에서 서너 명의 아이들이 이상한 몸짓을 곁들이며 노래를 부릅니다.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순진한 내숭에 속아 우는 남자들/Baby 다른 매력에 흔들리고 있잖아/용기 내봐 다가와 날 가질 수도 있잖아//어느 늦은 밤 혼자 들어선 곳 춤추는 사람들/그 속에 그녀와 너 왠지 끌리는 널 갖고 싶어져…". 요즘 한창 뜨는 이효리의 〈10 Minutes〉라는 노래랍니다.
단지 10분 안에 남의 애인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가사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상황이나 정서가 아이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입니다.
이러한 가요가 아이들의 입술을 정복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연예오락문화는 아이들로 하여금 현실의 문제와 상황에 대한 성찰의 거울을 버리도록 강요할 뿐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천박하게 만듭니다.
"열무 삼십 단 이고/시장에 가신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네//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시인의 시 〈엄마걱정〉입니다.
이 시의 주조는 '걱정'입니다.
시장에서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 대한 걱정이며, 비 오는 날 빈집에 혼자 남아 훌쩍거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걱정입니다.
이 걱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응시이며 성찰입니다.
현실의 아픔을 직시하고자 하는 시선입니다.
이처럼 시는 진실된 삶의 자세를 일깨워 줍니다.
강물처럼 바람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적셔, 삶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아동문학가.문성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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