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유통이 살아야 대구가 산다

입력 2003-10-09 09:19:25

대구경제가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최근 '대구산업 발전계획' 연구용역 중간 보고회에서 대구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섬유와 기계산업.메카트로닉스.생물산업.IT부품산업을 1차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편 소프트웨어.정보통신서비스.유통물류산업을 2차 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왜 유통산업이 대구의 1차 전략산업이 될 수가 없나?

대구가 명실상부한 중추관리기능도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설득력을 얻어왔다.

모든 산업활동과 사회.문화활동의 인프라인 유통.정보.금융 시스템 등이 제대로 구축된 도시로 성장.발전하여야 대구의 장래가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 발전 기본구상에도 대구가 동북아 거점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동남권에서의 중추관리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대구 경제발전 전략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유통을 포함한 중추관리기능을 구축하고 강화해 나가는데 있다.

당연히 유통산업은 대구 발전을 위한 1차 전략산업이 되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대구시가 조속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대구의 유통산업이 전략산업으로서 대구경제 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우선 충족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첫 번째는 대구시민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이며, 둘째는 대구의 상인이 상인다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출향 인사가 대구는 '인구 250만의 거대한 시골'이어서 대구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거나 칭찬하는데 매우 인색하다고 질책한 적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로 건배사를 연발하는 장면을 보더라도 이러한 지적은 그리 틀리지 않은 듯하다.

또 상인과 상업, 그리고 소비에 대한 고착화된 부정적 인식이 대구는 어느 곳보다 강한 듯 하다.

그래서인지 대구의 부자들이 쇼핑을 하러 서울로 간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자기 고장을 두고 서울 등 외지로 원정 쇼핑을 가는 분위기는 어떤 경우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대구가 유통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들의 성숙된 경제의식과 개방적 가치관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라야만 대구는 동북아 어느 도시보다도 쇼핑하기에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도시로 변모하여 외지의 쇼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구가 유통의 메카로 인식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보다도 유통업 종사자들이 철저한 상인정신과 고객을 진정으로 위하는 태도, 그리고 유통전문지식을 하루속히 갖추는 일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최대의 상권이었던 서문시장의 도매기능 몰락에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이라는 지리적.외부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입지(점포 위치)가 유통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유통업의 성공은 사람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의 주인공 임상옥이 '상즉인(商卽人)'이라 하였듯이, 유통업의 경쟁력 원천은 유통주체인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상인들의 사고 전환이 시급하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말이 있듯이, 평생고객의 관점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에 대한 세심하고도 친절한 배려와 신뢰구축에 바탕을 둔 거래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고객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한 끊임없는 고객 연구도 필요하다.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으로 세계 유수의 유통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객가치를 창출하여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점만이 살아남는다는 고객 중심적 사고를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상점은 상품을 팔고 사는 단순한 거래 장소가 아니다.

예전의 장터는 문화공연장이었으며, 이웃과 친지들을 만나 정담을 나누던 자리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상점은 그 지역의 고유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예술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렇듯 유통과 예술, 그리고 문화는 분리될 수 없는 공동운명체이다.

유통이라는 기름진 토양 위에 문화와 예술이 숨쉬고 자라나는 것이다.

대구가 경제적 풍요는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도 유통산업의 활성화는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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