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떼 따라 감포항 '북적'

입력 2003-10-07 14:08:57

적조와 태풍 '매미'로 시름에 빠져있던 동해안 어업전진기지 감포항에 전국의 오징어잡이 배가 몰려 들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위판순서를 기다리는 만선의 오징어배들은 좁은 항구를 이중삼중으로 가득 메워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적조에 시달린 어민들은 태풍까지 덮쳐 한동안 실의에 빠졌지만 예상치 못한 오징어 풍어로 오랜 만에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감포읍 전촌항 등 동해안 소규모 어항 구석구석엔 태풍이 남긴 쓰레기들이 보기 흉하게 방치돼 있지만 어민들은 폐허가 된 양식장과 찢어진 그물들을 손질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오징어 위판장에서 만난 임동철(62) 경주수협조합장은 "오징어가 잘 잡히는데다 값도 전년보다 비싸 적조와 태풍에 시달린 어민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을 어지럽혔던 뉴질랜드와 포크랜드산 오징어가 흉어로 국내 반입이 중단되면서 생오징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20마리 한 상자 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5천원이 비싼 1만5천원을 웃돌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경주수협의 위판고도 작년 150억원보다 훨씬 많은 180억원에 이를 전망.

극동호 선주 김종규(69)씨는 "감포항은 한때 꽁치와 멸치잡이로 유명했지만 최근 수년새 오징어 전진기지로 바뀌었다"며 "풍어에다 시세도 좋아 절로 웃음이 난다"고 했다.

선주협회 한이군 회장은 "트롤어선의 동경 128도 침범으로 경쟁력이 약한 동해안 어민들이 다 죽게 됐는데 오징어떼가 몰려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계속 풍어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이었다.

그러나 감포항은 일제때 축조한 항내가 너무 좁아 어선 60척만 정박해도 하역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 때문에 전국에서 120여척의 어선이 몰려드는 성어기엔 위판조차 쉽지 않다. 감포 앞바다에 조업한 어선이 구룡포항이나 장생포항에서 위판하기 때문에 감포항은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특히 성어기에는 수산물 선도유지용 얼음마저 부족해 부산, 삼천포 등지에서 매년 2만여장을 구입하고 있다. 이같은 비용은 고스란히 어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얼음이나 제빙시설이 부족하다보니 힘들여 잡은 오징어를 비축하지 못하고 헐값에 내다 팔 때가 많다. 또 좁은 항내도 어선에서 나오는 폐유와 생활폐수로 심각한 오염에 시달려 청정 동해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경주수협 임동철 조합장은 "현재 수협소유 저장고는 시설부지가 566평에 불과해 어가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며 "해양수산부는 어민소득 보장을 위해 WTO 개시 전에 1천평 규모의 신규 저장고 설치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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