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부터 노 대통령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임기말까지 같이 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론에 밀려 장관을 해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여러 차례 한 적도 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에 대해 해임하지 않고 한참 동안이나 버티기도 했다.
그러나 최 전 장관의 경질은 이날 오전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부터 감지됐다.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추경예산안을 처리하는 국무회의에 주무장관격인 최 전 장관이 별다른 이유없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최 전 장관은 이날 오전 허성관 행자부 장관으로부터 "국무회의에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 불참했다는 사실이 곧이어 전해지면서 해양부내에서 장관교체설이 급속도로 퍼져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고건 총리의 건의를 받아 해양부장관을 경질했다"는 발표내용도 주목된다.
고 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임시국무회의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을 따로 만나 최 장관 해임을 건의했고 노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 뒤 정찬용 인사보좌관을 불러 후임인선을 지시했다는 것이 윤 대변인의 설명이다.
고 총리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향후 국정운영에서 고 총리가 사실상 '책임총리'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고 총리는 최 장관이 튀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이미 지난달 30일 직접 전화를 걸어 주의를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임명한 지 14일 만에 경질한 것은 민주당 탈당 이후 조성되고 있는 국회와의 불편한 관계가 최 전 장관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당이 최 전 장관에 대한 해임공세를 시작하는 등 문제가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장관임기제'를 지론으로 펼치던 노 대통령으로서도 최 전 장관의 돌출행동은 불안스럽게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튀는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최 전 장관의 재임 14일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지난 26일 공무원교육원에서의 특별강연을 통해 노 대통령의 태풍중 오페라관람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그는 곧이어 30일 목포 해양대에서는 "기자들이 있으면 말을 못하겠다"며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 물의를 빚었다.
이어 지난 1일 한국교원대에서 "초.중.고 12년 동안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었다.
몇 놈이 교장.교감이 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교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교원단체의 거센 반발을 받았고 이것이 결정적인 '자살골'이 된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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