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쿠체의 소설은 대개 식민주의자와 피식민주의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백과 흑의 대립항이 설정돼 있다.
그 가운데 기존체제에 대항하는 진보적 인물을 내세워 체제의 폭압.허구성을 폭로한다.
그것은 폭력적인 식민주의자들의 실체와 허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정권이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면서도 거기에 연루돼 있는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주는 이중적 모습을 띤다.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그의 소설은 단문위주의 현재형 내러티브로 쓰여져 있고, 깊은 사유와 해석에 맞물려 있어 난해하다고 평가받는다.
남아공 동료작가로 먼저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상찬한 바 있다.
남아공 작가로는 예외적으로 억압받는 정치적 현실을 날 것 그 자체로 드러내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실체와 허상을 포스트 모더니즘 방식으로 해체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국내에는 '야만인을 기다리며' '추락'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등 세작품이 문학평론가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에 의해 번역, 출간돼 있다.
알레고리(우의.풍유) 기법으로 쓰여진 '야만인을 기다리며'에서 작가는 "야만인이란 결국 제국주의자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진보적 인물인 치안판사의 입을 통해 폭로한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인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의붓아들인 파벨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소설창작을 위해서는 악마와 손을 잡고 펜이 춤추는대로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글쓰기 자체에 대한 사유를 개진한다.
'추락'은 백인정권이 종식되고 정권이 흑인에게 이양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무대로 흑백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탐구한 작품으로, 식민주의와 후기 식민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천착했다.
문학평론가 왕은철 교수는 "식민지제국주의 문제를 탈 식민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고 알레고리성, 윤리성, 정치성이 짙은 작품을 쓰고 있다"며 "그의 작품은 주로 인종문제를 건드리고 있고 접근 방식이 백인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백인의 입장에서 해체하면서 죄의식을 말하는 철저한 작가정신의 소유자"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