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대규모 수해를 입은 달성군 일대는 보름이 지났지만, 원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깊은 계곡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했던 비슬산 일대 자연휴양림, 유가사, 용연사 등과 가창댐 상류지역은 태풍이 남기고 간 처참한 잔해가 아직도 복구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환경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수해가 커진 이유를 하천의 물길이 제방, 하천변 매립.성토 등으로 인해 방해받은데서 찾고 있다.
◇수해 보름, 여전히 참혹한 숲과 하천
27일 오후 찾아간 비슬산 자연휴양림 청소년 수련장 맞은편 계곡. 비슬산 남쪽 자락인 이곳은 산줄기가 200여m이상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고, 포클레인이 산에서 떠내려온 바위와 부러진 참나무, 소나무를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김삼웅 비슬산 관리소장은 "산사태로 인해 계곡이 원래 너비의 4~5배로 넓어졌다"며 "700㎜이상 쏟아진 폭우로 인해 계곡주변의 모든 시설물이 떠내려가 휴양림 조성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허탈해 했다.
이곳에서 불과 200여m가량 떨어진 금수암으로 가는 길도 산사태로 인해 계곡이 3~4배로 넓어져 있었다.
이곳 정오성 시설계장은 "산 정상 부근에서도 '슬라이딩'이 발생, 임도를 뒤덮었다"며 "많은 양의 빗물이 땅에 스며들었다가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흙의 무게가 무거워져 임도로 쏟아져 내린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달성군 유가면 유가사 인근 자연부락인 음리와 양리.
동네를 가로지르는 이곳 계곡에도 상류에서 굴러 내린 바윗돌이 흉한 몰골을 드러낸 채 있었고, 군데군데 콘크리트 다리에는 뿌리가 뽑힌 나무들이 배수로를 막고 있었다.
유가사 계곡 상류 '극락교' 부근에서 나무제거 작업을 하던 김판조(62.달성군 유가면 양리)씨는 "이곳에서 60년이상 살았지만 이런 비는 처음"이라며 "물길이 엉뚱한 쪽으로 터지는 바람에 인가에도 피해가 많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원래 이곳은 나무가 많아 계곡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번 비로 물길이 몇 배로 넓어졌다"고 했다.
용연사 계곡 역시 산사태로 인해 명적암으로 통하는 계곡 인근 숲이 아예 '돌밭'으로 변해 있었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박언덕(60.옥포면 반송리)씨는 "나무는 물론이고 동네 근처에 있던 자판기, 냉장고도 다 떠내려갔다"며 "폭우에 대비해 미리미리 치수관리를 하지 않은 당국의 책임도 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인근 가창댐 상류 하천도 이번 비로 범람, 물길이 2~3배로 넓혀져 있었다.
주민들이 하천변을 매립, 작물을 심은 장소에는 여지없이 심한 피해가 발견됐다.
준공을 앞두고 있던 대구미술광장 앞 콘크리트 교각은 힘없이 옆으로 자빠져 있었고, 이곳에서 150여m가량 떨어진 곳에는 가창면사무소에서 세웠다는 다리가 가뜩이나 좁아진 하천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비닐하우스를 한다는 주민 조현기(56.가창군 정대리)씨는 "이번 수해는 '걸'(하천)을 가로질러 세워진 다리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며 "지난해 태풍 '루사'때도 이 다리들을 철거해달라고 관청에 요청했지만, 배수로 구멍 2개를 더 뚫어 줬을 뿐"이라고 했다.
◇제 물길을 찾아주자
일부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달성군 일대 계곡과 하천의 수해가 커진 것과 관련, 매립, 성토와 제방, 교각 등의 시설물 등 인공적인 요인으로 인해 물길(하천)이 좁아진 데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래 홍수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너비를 가졌던 하천이 장기간에 걸쳐 생긴 인공물 때문에 좁아져 더 이상 홍수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이와 관련, "예전에는 하천 상류의 폭이 넓어 물이 충분히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며 "그러나 무분별한 교각, 제방설치로 인해 하천이 인공물에 갇혀 흐르는 꼴이 됐고, 하천의 너비가 좁아진 만큼 물의 속력도 빨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래 하천의 영역을 인간이 지나치게 침범한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가능한 하천의 폭을 넓히고, 제 물길을 찾아주는 것이 최선의 수해 예방책"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곳 하천변에는 하천 인근 풀밭을 흙으로 메워 돋우는 바람에 불어난 물을 담을만한 공간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류 회장은 "하천이 범람지를 잃어버림으로써 그 부피만큼 하천에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단체 정제영 총무는 "하천 주변에 조성된 논과 밭은 수해시 유수지 기능을 한다"며 "지자체에서 내준 무분별한 형질변경과 물길을 고려하지 않은 제방, 교각등이 수해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창댐 상류 인근 하천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하천변을 농지로 이용하기 위해 곳곳에 매립한 탓에 수해 취약지구로 변해 버렸다는 것.
류승원 회장은 "하천을 보존하고, 나아가 하천변 매립으로 인한 수해를 줄이려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하천이 공유재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형질변경, 제방 건축등을 최대한 자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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