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인간존엄성이 충돌할 경우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수호해야 합니다. 또한 인권은 사회발전의 기초이기 때문에 이념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권이 박탈당할 때엔 이를 비판하고 투쟁하는 게 마땅합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1986년 '해설자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월레 소잉카(68). 24일부터 26일까지 경주보문단지에서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오후 경주를 찾았다. 지난 2000년에 이어 3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잉카는 이번 학술회의에서 '문화 다양성과 공동가치'를 주제로 기조 강연하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인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답게 소잉카는 이라크 사태와 관련 미국 부시 대통령에 일침을 날렸다. "미국 사회가 지도자에 기만당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사담 후세인의 잔학성은 알고 있지만 전후 처리를 지켜보면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그는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도 큰 실수인데 아직도 부시는 한쪽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주도하는 것보단 국제연합(UN)의 깃발 아래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소잉카는 지난 1967년 국민들을 탄압한 나이지리아 군사정부를 비판해 2년간 투옥됐고, 정부의 박해를 피해 지난 1994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어 소잉카는 "문학은 다양한 방면에 스며들어 서서히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교수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문학, 예술의 다양성은 인간과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고, 갈등 극복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문학 또는 문화에 대한 느낌을 묻자 소잉카는 "가장 걱정했던 질문"이라고 운을 떼며 "한국문학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 등 상을 받는 것을 업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며 "문학의 가치는 주관적인 만큼 쉽게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소잉카는 "한국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국인 나이지리아와 마찬가지로 식민지를 극복하고 고유문화와 정체성을 되찾아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를 앞둔 나이에도 소잉카는 아직도 희곡 등 작품을 발표하고, 강연활동을 하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독재정권으로 인해 망명했던 가족과 친지도 고국으로 돌아갔고, 앞으로 은퇴해서 창작에 전념하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아프리카가 낳은 세계적 작가이자 아프리카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잉카에겐 '검은 대륙을 고발한 흑인 문학의 승리'란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언론인, 관리, 대학 교수, 화가, 엔지니어 등 다섯 사람이 등장하는 그의 대표작 '해설자들'은 부패하고 천박한 가치가 지배하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지식인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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