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농정

입력 2003-09-23 09:10:55

이 땅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을 의미할까. MBC 'PD 수첩'은 23일 '내 목숨을 헛되이 말라'(밤 11시 5분)편을 방송한다.

한가위의 여유와 넉넉함이 묻어나던 지난 10일 저녁, 멕시코 칸쿤에서 뜻하지 않던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의 농민 운동가 이경해씨가 할복 자살했다는 것. 우리 농민을 벼랑 끝으로 몰아낼 WTO에 대한 반대 집회에 참가하던 그는 목숨을 던져 항거한 것이다.

고(故) 이경해씨가 농민을 위해 몸을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루과이 라운드에 반대하며 할복하여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고 농민을 위해 수 십 차례의 단식도 감행한 바 있다.

WTO가 우리 농민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왜 머나먼 이국 땅에서 우리의 농민이 생존을 부르짖으며 할복 자살을 해야만 했는가. 농민들은 이경해씨의 삶이 바로 한국 농민의 삶이며 그의 죽음은 바로 우리 농민이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음을 토로하고 있다.

잘나가던 영농후계자로 한때 100마리가 넘는 젖소를 키우던 농부 이경해씨. 그는 도시민들처럼 자가용을 가지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중년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하던 그의 꿈은 한국 농업의 몰락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500만원에 사들인 젖소가 순식간에 150만원으로 폭락하고 그 매입대금이 고스란히 부채로 돌아왔던 것. 농가부채의 부당함과 싸우고자 부채상환을 끝까지 거부했지만 부인과 함께 가꿨던 5만여평의 농장이 결국 2억원의 헐값에 경매로 넘어가고 말았다.

한국 농정의 실패가 소박한 한 농민을 열혈 운동가로 바꾸었다.

결국 그는 둘째 딸의 결혼을 바로 코앞에 남겨두고 먼 이국에서 자결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성실한 농부에서 열혈 농민운동가로 순탄치 않았던 그의 인생은 그 만의 독특한 사연이 아닌 전 농민의 한결같은 인생역경과 너무나도 닮았다.

우루과이 라운드, WTO, FTA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농산물 개방으로 이어져 농민의 숨통을 조여 오고 무책임하고 졸속한 정부의 농업 정책은 농민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농민들은 이 땅에서 농부로 산다는 것은 절망적인 삶을 의미한다고 절규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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