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복구자금 '그림의 떡'

입력 2003-09-22 13:57:26

태풍 '매미'로 인근 야산이 무너지면서 공장, 기계설비, 제품 및 원자재가 파손 또는 침수돼 달성군 잠정 조사결과 10억2천만원 상당의 물적 피해를 입은 (주)신정밸브 오인식 사장은 최근 복구 공사비 마련을 위해 금융 및 정책 자금 융자 절차를 알아보다 큰 실망감만 맛봤다.

돈을 빌리려면 우선 읍.면.동 관공서에서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 재무제표, 법인등기부 등본, 사업자 등록증사본, 공장등록증사본 등 기본적으로 추가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만 10여가지가 넘어 안 그래도 복구작업에 바쁜 피해 기업들의 진을 빼놓고 있다는 것.

오 사장은 "관공서 등을 돌아다니며 직접 서류를 떼다 보면 어느 세월에 돈을 빌릴 수 있겠느냐"며 "하루빨리 공사비를 마련해야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지만 돈 빌리는 절차가 평소때와 별 차이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상 최대의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 제조업계가 복구비는커녕 공장 운영 자금까지 제때 구하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

은행, 중소기업청, 대구시 등의 금융 및 정책 자금 지원이 잇따르고 있으나 높은 금리와 까다로운 절차로 피해 업체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데다 최대 한도액도 얼마되지 않아 물적 피해만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업체들에겐 실제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 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태풍피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금리는 은행권 연 7%대, 정책자금 5.7~5.9%대 수준으로 평소와 별 차이가 없고 신용도가 낮은 영세.중소기업들은 보증지원마저 받기 어렵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태풍 피해업체 지원에 법적 규정이 전혀 없어 무턱대고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며 "신용도 평가를 10%정도 하향조정했을 뿐 모든 업체에 대한 특례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태풍피해 업체 300여곳 중 정책자금 융자 신청을 한 업체는 중소기업진흥공단 4곳, 대구시 4곳에 불과한 실정으로 피해 업체들의 호응이 매우 저조하다.

달성군 잠정 집계 결과 57억1천200만원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남선산업 김종렬 상무이사는 턱없이 낮은 정책자금 한도액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 회사는 지난 19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정책 자금 융자 신청을 했지만 최대 한도액이 5억원에 불과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상무는 "전체 복구비 마련은 꿈도 못꾸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관.군 복구작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하게 됐지만 당장 원자재 구입비 융통조차 쉽잖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중소기업청 특별경영안정자금은 업체별 최소 5천만원에서 최대 5억원씩 총 300억원이 고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구 지역 피해업체만 300여개, 500억원대 규모로 파악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산업자원부 통계) 18일 현재 79개 산업단지에서 4천739개 업체, 7천25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현재 진행중인 소상공인 피해조사가 마무리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 정책자금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피해업체들은 "복구자금 금리를 연 3%대로 대폭 낮추고 한도액을 늘리는 한편 신용보증서 발급요건과 절차도 완화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특별재해지역 지정때 기업에 대한 재산피해 일부 보상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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