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신당의 '베짱이 의원' 사냥

입력 2003-09-22 11:29:04

'대구에서는 신당(新黨)이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신당 쪽에서 자꾸 들어오라는 데 가도 괜찮겠느냐'.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주고받는 이런저런 신당 문답이 대구의 화두처럼 되고있다.

지겨우리만치 오랫동안 얼기설기 얽혀 치고받은 끝에 태어난 당(黨)인데다 민주당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는지 줄기쯤에서 갈라져 나왔는지 종잡기가 어렵다보니 질문은 많고 정답은 불투명한 우문우답의 화두들만 떠도는 것 같다.

더구나 '신당은 노무현 당'이라는 말이 나돌고 DJ 가신들의 반대파당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지만 속내와 앞날을 내시경이나 마법의 유리구슬로 들여다 볼수도 없고 보면 막상 신당 참여를 공식 선언한 당사자들조차도 신당의 앞날이 이럴것이요 하고 꿰뚫어 보기가 쉽지않을 것 같다.

그런 만큼 앞이 안보이는 안개낀 밤부두에서 닻을 올리자마자 폭풍으로 전복할지도 모르는 배에 훌쩍 올라탄 신당 참여자들의 용기는 일단 놀랍다.

더구나 어느 항구보다 신당에 대한 역풍랑이 거센 대구에서 신당이란 쪽배에 몸을 싣는다는 것은 무모할 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벌써 명단이 공개돼 배수의 진을 친 셈이된 대구.경북지역 신당 참여자들은 그런 용기를 업고 기업인들이나 여론지도층을 대상으로 맨투맨식 동참 권유작업을 치열하게 벌여나가고 있다.

그들의 용기와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대구지역 신당그룹의 내년 총선승리를 장담하는 주된 논거는 한나라당 일부 현역의원들의 무사태평론에 근거한다.

다시말해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한나라 간판뒤에서 안주하며 4년내내 '베짱이'처럼 세월만 보냈다"는 논거다.

한나라당 일색으로 찍어주고 DJ정권 내내 눈총받고 버린자식 취급받던 설움을 얼마나 풀어주고 막아주고 지역발전의 실익을 건져냈느냐는 따가운 비판이 그것이다.

의회민주제도가 있는 국가에서 3선 4선 이상의 다선(多選)의원을 키워내는 것은 지역발전과 정치적 영향력 강화의 필수조건으로 본다.

그렇다면 대구는 더많은 3, 4선 의원을 키워내기 위해서라도 계속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그러나 신당 그룹은 그런 논리를 거꾸로 치고 들어온다.

과연 지역의 B.P의원 등을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선의원 경력에 걸맞은 의정활동과 지역이익 옹호와 창출을 얼마나 해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역습하고 있는 것이다.

신당 출현과 함께 대구.경북시도민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은 바로 신당이 제기한 그런 의문에 대한 평가와 한나라 간판만 내걸면 당선되는 싹쓸이 선거를 또 되풀이 할 것인가다.

'못먹어도 고' 같은 뿔뚝고집은 실리가 우선되는 지방자치시대에는 다시 생각해 봐야할 낡은 가치다.

대추 한개 먹고도 이빨은 쑤셔야 하는 체면우선의 옹고집도 경제우선의 실용주의 시대에는 재고해야 할 허세다.

이제 대구도 실리추구와 붙박이식 사고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없다.

신당이 좋다 싫다는 흑백논리로부터 지역정서를 최대한 멀리 떼어놓고 이성위주로 지역의 실익을 생각해 볼때다.

정권에 아부하거나 굴종하듯 또는 '입맛 떨어지는 세력'과 타협하듯 신당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예산 몇푼 더 받아보려고 노 정권과 코드 맞는 신당을 찍어주자는 식의 실리추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만 찍고 앉아 있으면 지역살림 꼴이 계속 거덜날까 겁나서 신당 찍자는 굴종의 타협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정서와 바람과 당(黨) 이름에만 매달려 지역의 정치적 명운을 내맡기는 선택은 이제 그만 하자는 말이다.

작년 대선 직전 본란에 '한나라당은 정신차리라'는 권고를 드린 기억이 난다.

한나라당은 그 누구의 그 어떤 충고에도 여전히 변화하지 않는 우둔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의 물갈이론이 그 어느곳보다 절실한 곳이 바로 대구라는 여론이 나온다.

신당이 가장 고전할 것이라고 예견되면서도 거꾸로 한나라의 약점이 반사이익으로 작용돼 1~3석쯤 뽑아낼 가능성이 큰 곳도 대구다.

바로 한나라당의 무변화가 지역 신당 그룹을 고무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시민들의 선택을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제 바람과 정서와 오기만으로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던 선거문화에는 변화가 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몽땅 한나라가 되든 전부 신당이 되든 이번만은 인물중심, 지역 실익중심으로 판단해보자.

지팡이라도 한나라당이면 찍겠다는 식이나 '못 먹어도 고!'식의 오기는 인물키우기와 실리가 요구되는 자치시대의 정치감각으로는 부적절하다.

'베짱이 의원' 사냥에 나선 지역 신당의 전투가 흥미롭다.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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