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만 잘 잡으면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상관없다'(黑猫白猫論)고 1978년 덩샤오핑이 주창한 이래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중국의 각 도시들이 벌이는 외국기업 및 외자 유치 경쟁은 가히 '총성 없는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둥성의 내륙도시 쯔보(淄博)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유치가 '장땡'
쯔보시의 행정 총책임을 맡고 있는 리유후이엔(劉慧晏) 시장의 나이는 39세에 불과하다.
리유 시장은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최하위직 공무원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발탁에 따른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끝에 30대 나이에 인구 410만명 대도시의 시정 책임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를 도와 쯔보시의 외국기업.외자 유치 정책을 지휘하고 있는 추이훙깡(崔洪剛) 부시장의 나이도 42세 밖에 안된다.
그 역시 말단 공무원부터 출발했다.
"지금 중국에서는 30, 40대 젊은 엘리트 시장.부시장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왕아지엔 쯔보 하이테크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말했다.
개방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 엘리트 공무원들은 해당 지역 토호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도시 경제발전을 위한 각종 개혁적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타지역 출신인지라 해당 지역 토호세력들에게 '정치적 빚'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쯔보시의 '러브콜'
쯔보시 도시 중심에는 수성구 크기만한 '국가급 하이테크 산업개발구'가 위치해 있다.
쯔보 하이테크 산업개발구는 1992년 중국 국무원의 허가를 받은 뒤 이듬해 착공돼 운영되고 있는데 8월말 현재 200여개 한국기업을 포함해 1천3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쯔보 하이테크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는 개발구의 모든 기업유치와 지원 활동을 총괄하는 기구로서 추이 부시장이 총책임을 맡고 있다.
쯔보시는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각종 지원.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추이 부시장은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에 입주하는 기업에게는 200평을 50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5만위안(한국돈 환산 750만원)에 임대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가 크고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게는 임대료를 더 낮춰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기업에 대해 쯔보 하이테크 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는 법인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환급 등 세정지원책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기업 설립 인.허가 절차를 일주일 안에 마무리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초 기자가 찾은 쯔보 하이테크 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사무실의 벽은 모두 투명한 유리로 돼 있었다.
저비용 고효율 및 개방화, 투명한 업무 처리 자세 등에 대한 상징이란다.
관리위원회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단계별로 보고하고 단계별로 지시.실행하는 시스템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늘 체크하고 있다"며 "이는 무서운 계율이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공무원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적어도 쯔보 하이테크산업개발부에서 만난 공무원들 중에는 이른바 '만만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쯔보에서 만난 박종선 칭다오 한국 총영사는 "기업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많이 부여하기 때문에 쯔보시 공무원들이 대체적으로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러브콜'의 허와 실
쯔보시는 특히 대구기업 유치에 대한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
지난 7월 28일 추이 부시장 일행이 대구를 찾은데 이어 9월초에는 대구 기업인들을 쯔보시로 초청했다.
10월에는 대구에서 투자설명회도 열 계획이며 올 가을에는 하이테크산업개발구 내에 30만평 규모의 한국공단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쯔보에는 저임금 노동인력이 넘쳐나고 있다.
쯔보시 중심가의 인력시장에서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돈으로 월 10만원만 주면 고용할 수 있는 인력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다 노사분규 등 골치아픈 걱정거리도 없어 한국 기업으로서는 솔깃한 투자처로 비칠 수도 있다.
쯔보시 당국도 인민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노동집약형 기업들을 많이 원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산업인 섬유업체들이 많은 대구가 쯔보시로부터의 집중적인 '러브콜' 대상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인 듯했다.
중국 도시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00년 쯔보시에 공장을 설립한 한국기업 동해복장은 600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해 연간 400만장의 청바지.면바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제품 중 70%는 한국으로 역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으로서는 환경이 좋은 곳을 찾기 마련이지만, 기업들의 외국 이전에 따른 국내 제조업 기반 공동화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비단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과 경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내수시장에서도 위협적 요소가 되고 있다.
쯔보시를 방문했던 한 국내 기업인은 "대구시 공무원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바짝 긴장해야 하며 중국 공무원들의 이같은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쯔보시에서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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